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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78: 가톨릭교회와 노동 - 노동현장에서의 협력과 대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13 조회수2,934 추천수0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78. 가톨릭교회와 노동 - 노동현장에서의 협력과 대화(「간추린 사회교리」 306항)


차가운 노동시장에 대화를 잇는 다리가 되자

 

 

길고 깊게 흐르는 강 우리를 가른다

서로 물 건너 마주 바라보지만

아, 만나지 못한 채 그 눈길은 불신으로 가득 차

어찌 강 위로 다리를 우리 놓지 않는가

어찌 강 위로 다리를 놓아 서로 만나지 않는가

어찌 다리를 놓지 않나

(포콜라레 국제마리아 청소년사업회 성가 ‘다리’ 중)

 

 

‘뉴딜’

 

1935년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세계적인 대공황(Great Depression)과 세계대전을 극복하기 위해 뉴딜 정책을 실행합니다. ‘뉴딜’(New Deal)은 소외된 이들을 위한 새로운 처방을 뜻하는데, 기존 공황 극복과 시장주의 정책 보완, 정부의 개입이 골자입니다. 이를 위해 대규모 공사 발주, 금융통제, 실업자 구제와 일자리 창출, 노동조합법 강화(와그너법), 사회보장 확충 등이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대공황기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지냈고,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이자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3선 대통령으로 평가됩니다. 다른 평가도 존재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은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불황을 극복할 수 있었고, 다른 국가들처럼 전체주의와 같은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지 않았습니다. 또한 정부와 기업의 협력, 계획경제와 복지의 구현, 자유시장이라는 요소 간의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파멸적인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분명한 위기

 

집단감염은 고용현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 경기침체로 인한 해고와 무급휴직, 고용감소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제일 크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감염공포로 인한 비대면 시장 확산과 자동화도 고용 충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미 편의점과 식료품점, 식당에는 무인 계산 및 접객 시설이 속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과 문화콘텐츠. 택배와 음식 배달 등의 언택트·비대면 사업이 가파른 성장을 이루지만 로봇이 채우고 난 후 남은 자리를 비정규직과 임시 및 단기 일자리로 채우고 있습니다.

 

향후 많은 사람들이 해고와 휴직(The Unpaid)으로, 재난 대처가 불가능한 이주민과 난민 등이 잊혀진 자(The Forgotten)로 내몰릴 가능성이 큽니다.(로버트 라이시 칼럼 ‘노동분화로 인한 계층화’) 소비시장의 청정화와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이뿐입니까? 인천공항 정규직화를 둘러싼 논쟁에서 보았듯, 감염보다 훨씬 무서운 사회적 대립과 분열도 큰 위기입니다.

 

 

코로나는 과연 기회가 될 수도 있을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 실행, 입법 및 제도의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문제 해결의 열쇠일 수만은 없습니다. 실제로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이 세계적 대공황 사태를 완치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회생을 위한 응급처치 정도라고 합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비판과 반대도 많았습니다. 결국 사회 구성원의 협력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한국의 노사 관계에서도 서로를 적대시 하는 구태한 생각에서 벗어나 대화와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절실해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20년 만의 국내 노사정(勞使政) 합의가 특정 노총의 불참으로 결렬된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이런 위태함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더 큰 역할이 기대된다고 한다면 지나친 기대일까요? 그러나 갈등과 반목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 주고, 대화하게 끔 도와주는 것이 분명 종교의 역할입니다. 매우 어렵지만 불행했던 코로나19는 어떤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종교를 선택할지 말지를 결정할 기회이자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기회, 싸움이 있는 곳에 화합과 대화를 만드는 기회,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처럼 세상을 위해 죽을 사랑의 밀알이 될 기회입니다. 실로, 세상이 어려워질수록 사랑, 희망, 믿음은 더 귀해집니다. 코로나19 이후 시대, 갈등처럼 차가운 강물 위에서 대화와 협력을 만드는 다리(bridge) 같은 그리스도인을 하느님께서는 바라십니다.

 

“교회의 사회교리는 노동계 내부의 관계는 협력을 특징으로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증오나 상대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 모든 사회 체제에서 ‘노동’과 ‘자본’은 생산 과정의 필수불가결한 구성 요소이기 때문에 그러하기도 하다.”(「간추린 사회교리」 306항)

 

[가톨릭신문, 2020년 7월 12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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