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승천 대축일과 파티마의 성모
평화의 모후이신 파티마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염수정 추기경이 2019년 파티마 성모 발현 지를 방문, 파티마의 성모상 앞에서 분향하며 기도를 바치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을 기념하며 올해 해방 75주년과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평양교구를 ‘파티마의 성모’께 봉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는 염 추기경은 봉헌식을 통해 북한 교회가 신앙의 자유를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며 성모께 보호와 전구를 청했다. 파티마의 성모는 ‘평화의 모후’로 불리며 평화를 위한 기도를 상징한다. 염 추기경이 평양교구를 파티마의 성모께 봉헌하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파티마의 성모는 누구신가 파티마의 성모는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 파티마에서 세 명의 아이들(루치아, 히야친타, 프란치스코) 앞에 모습을 드러낸 성모 마리아를 말한다. 1917년 5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한 달에 한 번씩, 모두 여섯 차례 나타나 세 아이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세계 평화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쳐달라는 요청이었다. 또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고 희생하기를 당부했다. 성모가 나타났을 당시 세상은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혼란스러웠고,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시작되던 때였다. 성모는 아이들에게 자신을 ‘하늘에서 온 묵주 기도의 여왕’이라고 소개했다. 첫 번째 발현에서 성모는 죄인들의 회개와 전쟁 종식을 위해 기도하라고 일러줬다. 그리고 매달 13일에 나타날 것을 약속했다. 발현 때마다 성모는 거듭해서 평화와 회개를 위한 기도를 당부했고, 세 번째 발현 때는 앞날을 예언하는 세 가지 비밀을 들려줬다. ‘파티마의 메시지’로 알려진 세 가지 비밀은 △ 지옥의 환시 △ 티 없으신 마리아의 성심께 봉헌 △ 교황의 피격이었다. 파티마의 성모는 아이들에게 거대한 불바다인 지옥의 모습을 보여주며 죄인들의 영혼이 머무는 지옥이 실재함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자신의 티 없는 성심에 대한 신심을 일으키기를 바랐다. 묵주 기도, 티 없는 마리아 성심에 러시아 봉헌, 매월 첫 토요일 보속의 영성체 등이었다. 머지않아 세상은 또다시 전쟁으로 고통받고, 교회는 박해받겠지만 결국 자신의 티 없는 성심이 승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회개를 강조하며 교황이 겪을 사건을 예언했다. 제2차 세계대전과 공산주의의 신앙 박해가 일어났지만, 러시아와 공산주의 국가는 몰락했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암살 위기를 모면해 파티마 성모의 말씀은 그대로 실현됐다. 파티마의 성모가 세 아이에게만 나타난 건 아니었다. 성모는 자신의 발현을 모든 사람이 믿을 수 있도록 10월에 큰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발현과 기적에 대한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10월 13일 파티마에 7만여 명의 사람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거센 비바람이 갑자기 멈추고 구름이 걷히자, 갖가지 빛을 뿜어내는 태양이 회전하며 땅을 향해 곤두박질치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태양의 기적’을 목격했다. 이날 성모는 루치아에게 자신을 기념해 성당을 짓고, 매일 묵주기도를 하며, 사람들이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기를 요청했다. - 파티마 성모 발현의 증인들. 왼쪽부터 루치아, 프란치스코, 히야친타. 파티마의 성모 발현의 의미 포르투갈 교회는 1930년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를 요청하는 파티마의 성모 발현을 공식 인정했다. 이후 비오 12세 교황은 파티마 성모의 요청대로 1942년 전 세계와 러시아를 티 없는 성모 성심께 봉헌했다. 1981년 암살자의 피격으로 총을 맞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역시 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께 세상을 봉헌하기로 마음먹고 성모의 보호로 세상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하는 기도문을 직접 작성했다. ‘의탁 기도문’으로 알려진 기도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모든 인간과 모든 민족의 어머니, 당신께서는 그들의 고통과 희망을 모두 알고 계시나이다. 또한, 온 세상을 뒤흔드는 선과 악의 싸움, 빛과 어둠의 싸움을 모성의 마음으로 느끼시나이다. 저희가 성령 안에서 당신의 성심께 직접 드리는 간청을 받아 주시고, 어머니시며 주님의 여종이신 당신의 사랑으로, 애타게 당신의 품을 기다리는 모든 사람을 감싸 안아 주시고, 당신께 의탁해 오기를 당신께서 특별히 기다리시는 사람들을 감싸 안아 주소서. 오 성모님, 깊은 사랑으로 저희가 당신께 맡겨 드리는 온 인류 가족을 어머니의 보호 아래 두소서. 모든 이에게 평화와 자유의 시간, 진리의 시간, 정의와 희망의 시간이 동트게 하소서.” 성 바오로 6세·성 요한 바오로 2세ㆍ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르기까지 역대 교황들은 파티마의 성모 발현지를 찾아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5월 13일 파티마의 성모 발현 100주년을 기념해 성모를 만난 남매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를 시성했다. 루치아는 현재 하느님의 종으로 시복시성 심사 중이다. - 파티마의 성모상. [CNS]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기념 미사 강론에서 파티마 성모의 보호를 “빛의 망토”에 비유해 설명했다. “성모께 피신할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를 덮고 있는 빛의 망토 안에서 필요한 희망과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며, 평화를 위해, 소외된 이웃을 위해, 억압받는 형제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기를 당부했다.
파티마의 성모상 발끝까지 오는 하얀 베일을 쓰고 묵주를 팔에 걸고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으고 있다. 1917년 세 아이가 만났던 빛나는 성모의 모습이다. 머리에 쓴 왕관은 성모가 자신을 “묵주기도의 여왕”이라고 소개한 데서 비롯한다. 비오 12세 교황은 파티마의 마리아를 ‘세계의 여왕’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자신의 몸을 관통한 총탄을 파티마의 성모께 봉헌했고, 총탄은 파티마의 성모상 왕관에 장식돼 있다. 지구 모양 혹은 심장 모양을 한 목걸이를 하고 있는데, 각각 세상을 지키는 어머니, 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을 뜻한다. 가톨릭교회는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하거나 신심행사를 할 때 파티마의 성모상을 모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방한 당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주례하기 전 파티마의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바쳤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해 10월 파티마 성모 성지를 순례하고 묵주기도회와 미사를 집전하며 전 세계 신자들에게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8월 17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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