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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기로운 명절생활: 이웃종교와 함께하는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추석나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9-29 조회수2,586 추천수0

슬기로운 명절생활 - 이웃종교와 함께하는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추석나기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오랜 유교 전통에 따라 제사를 지내 온 우리에게 명절은 종교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치가 갈등을 이긴다”고 했다. 교황 말처럼 가족이 평화로운 명절을 보내기 위해 여러 종교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화목하고 평안한 추석을 지내기 위해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위원장 김희중 대주교, 02-460-7582~3)가 지난해 4월 편찬한 「한국 천주교와 이웃종교」를 바탕으로 제사와 이웃종교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본다.

 

 

Q. 명절에 지내는 차례는 이웃종교 예식인가요

A. 한국 전통 풍습… 가족·친지 모이는 뜻깊은 날

 

명절에 행하는 여러 풍습 가운데 조상 제사라는 유교적 요소, 집안의 평안을 비는 무속적 요소, 한 해 운수를 살피는 민간신앙 요소도 있지만, 명절의 주된 의미는 돌아가신 조상을 기억하며 살아 있는 가족과 친지가 서로 만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명절 풍습은 특정 종교 예식이라기보다 전통 미풍양속이다.

 

신자들은 교회 가르침에 따라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가족, 친지들과 함께 명절을 뜻깊게 지내야 한다. 농경문화가 사라진 지역 신앙 공동체와 가정에서는 명절 의미를 계승하기 위해 형편에 맞는 적절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Q. 신자 아닌 조상이나 가족 위해 기도할 수 있을까요

A. 종교 상관없이 고인 위한 기도는 신앙에 부합

 

고인을 위해 언제든 하느님께 기도할 수 있다. 조상과 가족의 종교에 상관 없이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부합하는 일이다. 특별히 기일이나 위령의 날(11월 2일)에 고인을 기억하며 그를 위해 위령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고인 뜻을 존중해 고인이 믿던 이웃종교 예식을 주선하고 이를 거행한 이웃종교인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것과 지역 풍습대로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을 정성껏 차려 제사를 지내고 성묘하는 것도 고인과 각별한 유대를 드러내는 일이다.

 

 

Q. 돌아가신 분 묘소를 어디에 써야 하나요

A. 풍수지리 따르는 것 신앙과 부합하지 않아

 

풍수지리(風水地理)는 겨울에 찬바람(風)을 막고 농사에 필요한 물(水)을 얻을 수 있는 살기 좋은 땅을 살피는(地理) 일이다.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발전한 풍수지리설은 자연환경을 인간 삶과 긴밀히 연결시키며 지리 조건에 따라 인간의 길흉화복을 판단한다. 살기 좋은 자리를 명당이라고 하는데, 이는 살아 있는 사람이 거주하는 집터 뿐만 아니라, 죽은 이를 매장하는 묏자리와도 관련이 있다. 풍수지리가 유교 효 사상과 만나 조상을 편안한 자리에 모시면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민간 신앙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는 조상에 대한 효와 공경 본뜻을 흐리고 후손의 현세적 욕심이 될 수 있으며 그리스도교 신앙과 부합하지 않는다. 사람이 죽으면 하느님 앞에 나아가고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 그러므로 죽은 이들을 하느님 자비에 맡기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참된 신앙인 태도다.

 

 

Q. 가톨릭 신자들은 제사를 어떻게 지내나요

A. 위령미사 봉헌하거나 천주교식 예식 지내

 

가톨릭 신자들은 명절이나 기일 등 조상을 기억해야 하는 특별한 날에 우선적으로 위령미사를 봉헌한다. 다만 여러 필요 때문에 기일 제사나 명절 차례를 지내야 하는 경우 주교회의가 마련한 가정 제례 예식에 따라 제사와 차례를 지낼 수 있다. 우선 고해성사를 통해 마음 준비를 하고 단정한 몸가짐과 복장으로 십자고상과 조상 영정이나 이름을 놓고 정성껏 상을 차려 제사를 거행한다. 제사는 주님 말씀을 듣고 응답하는 말씀 예식과 분향, 큰절, 음복의 전통 추모 예식 등 두 부분으로 구성한다. 그러나 신위(神位), 신주(神主), 위패(位牌), 지방(紙榜) 등은 조상 숭배를 연상시킬 수 있으므로 ‘조상 이름’이나 ‘조상 사진’으로 표현해야 한다.

 

 

Q. 이웃종교 믿는 가족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A. 애정으로 대하며 말과 모범으로 신앙 증언해야

 

가족 사이에 종교가 다를 경우 어려움이 크다. 종교는 인간 가장 깊숙한 내면과 관련되고 개인의 근본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느님에 대한 신앙과 가정 화목은 동등한 가치가 아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마태 10,37)고 말한다.

 

가톨릭 신자는 다른 믿음을 가진 가족에게 언제나 깊은 애정으로 대하고 그들이 하느님을 받아들이기를 희망하며 꾸준히 기도해야 한다. 그러면서 좋은 기회가 있을 때 말과 모범으로 자신의 신앙을 증언해야 한다.

 

 

Q. 신자 아닌 부모 · 가족 묘지 어디에 마련해야 하나요

A. 돌보기 좋은 곳 바람직… 매장 권장하고 화장 괜찮아

 

죽은 사람 장례를 경건하게 치르고 그가 묻힌 묘지를 소중히 관리하는 것은 조상을 공경하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이면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묻히신 지 사흘 만에 부활한 그리스도를 따르는 가톨릭교회 신앙에도 부합한다.

 

신자가 아닌 가족이 장묘와 관련해 유언을 남겼을 경우에는 그것을 존중하는 것이 유가족의 도리이자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라는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다. 그러나 별다른 말을 남기지 않았다면 가족들과 상의해 후손들이 돌보기 좋은 곳에 묘지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교회는 시신을 땅에 묻는 경건한 관습을 보전하기를 권장하지만 화장도 금하지 않는다.

 

 

Q. 신자로서 유교 상장례와 제례를 지내도 될까요

A. 몇 가지 제외하고 유교 의례 거행하는 것 허용

 

우리나라 교회에서 현재 사용하는 상장례 전통은 유교적 관습 중 일부를 받아들인 것이다. 교회는 가톨릭 신자가 유교적 의례를 거행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몇 가지 행위는 금지한다. 제사에서 조상 신령에게 고하는 축문(祝文)과 혼령이 제물을 흠양 하도록 문을 닫고 참석자들이 잠시 물러나는 합문(闔門), 장례에서 죽은 이의 혼을 다시 불러들이는 예식인 고복(皐復)과 죽은 이의 혼을 고이 모시고 저승으로 가라고 저승사자를 위해 밥과 신발을 상에 차려 놓는 사잣(使者)밥, 죽은 이의 입에 쌀과 엽전(동전) 또는 구슬 등을 넣는 예식인 반함(飯含) 등 풍습은 그리스도교 신앙에 어긋난다.

 

 

Q. 자신이 믿는 종교가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나요

A. 각자 종교적 신념으로 살면서 상대방 존중해야

 

종교를 믿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의 종교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현대 세계에는 여러 종교가 공존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다른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를 존중하며 자신의 종교를 아끼고 그 가르침을 실천한다.

 

그러나 근본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신앙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이는 상대방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 이런 태도는 자기 종교의 우월함을 과시하고 상대 종교를 폄하한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잣대로 남을 판단하는 미성숙한 행동이다.

 

 

Q. 한국 전통 종교와 대화 통해 무엇 얻을 수 있을까요

A. 서로 통하는 부분 받아들이고 다른 면 비판적 해석

 

세례를 받은 신자들도 일상 속에서 다른 종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그리스도인이 뱃속은 무속을 따라, 문화는 불교를 따라, 윤리 도덕은 유교를 따라, 손발은 그리스도교를 따라 산다는 비유적인 말도 있다.

 

사람을 사랑하는 유교의 인(仁) 사상, 인간을 포함한 세상 모든 생명에 대한 불교의 자비, 인간 고통과 아픔에 대한 무속의 연민, 도교의 자연 친화적 사상 등은 그리스도교 신앙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신앙을 풍부하게 해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통 종교는 죽음 이후 삶과 이 세상의 삶과 의미에 대해 그리스도교와 다른 면이 있기도 한데, 이런 요소는 복음의 빛을 통해 비판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가톨릭신문, 2020년 9월 27일, 정리 성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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