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 국제 공동체 (3) 회칙으로 보는 국제 공동체 교황 바오로 6세의 1967년도 회칙 「민족들의 발전」은 우리가 앞서 살펴본 레오 13세의 「새로운 사태」와 마찬가지로 기점이 되는 회칙입니다. 「새로운 사태」가 사회교리 회칙의 시작을 알렸기에 기점이 되었다면, 「민족들의 발전」은 사회교리의 시야를 유럽과 북미 · 러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했기에 그러합니다. 「민족들의 발전」의 배경 일단, 1960년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되고 국제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불화와 대립이 심화되는 시기였습니다. 종전 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국가들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국가들은 냉전체제에 돌입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전후 자본주의의 장기 호황기가 시작되었으나, 북반구와 남반구의 경제 수준 차이가 벌어지는 불균형도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바오로 6세는 교황이 되기 전 남미와 아프리카를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빈곤한 나라들의 실상을 직접 목격하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의 국가들은 독립 후에도 대부분이 식민지 시절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었던 것입니다. 바오로 6세는 이를 기억해두었다가 전 세계적 차원의 빈곤과 발전, 사회 정의를 다루는 사회 회칙을 반포하기에 이릅니다. 회칙의 주요 내용 「민족들의 발전」은 크게 2부로 나뉩니다. 1부에서는 ‘인간의 완성’을 다루고, 2부에서는 ‘인류 사회의 공동 발전’을 주제로 다룹니다. 발전이라는 것은 인간의 총체적 완성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이 발전은 특정 민족이나 국가에만 부여된 혜택이 아니라 인류 가족 전체가 누려야 하는 성질의 것입니다. 회칙에서 바오로 6세가 제시하는 발전의 개념을 4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발전의 1단계는 삶의 기본조건을 충족하는 데에 있습니다. 개인 혹은 민족이 굶주림과 빈곤, 질병과 무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것이 이루어지면 2단계로, 모두에게 문명의 혜택이 고르게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기본적이고 문화적인 조건들이 충족되면, 인간은 공동선을 따라 자기완성을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즉, 이것이 3단계입니다. 마지막 4단계는 참다운 인간화를 공동체가 함께 이루어 나아가는 데에 있습니다. 인류의 연대적 발전을 위하여 우리는 흔히 발전을 단순히 경제나 기술의 차원에 국한하여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발전은 개개인의 편에서 문화를 습득하고 타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최고의 선과 그 선의 원천이며 극치인 하느님”(21항)을 인정하는 일을 내포합니다. 모든 이에게 유익한 발전이야말로 전 세계적인 차원의 정의에 대한 요구에 응답하는 길입니다. 이러한 수준의 정의가 세상 안에 실현되면 평화가 보장될 것이며, 정신적 가치가 이끄는 “완전한 인도주의”(42항)가 달성될 것입니다. [2020년 11월 15일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의정부주보 5면, 김승연 프란치스코 신부(수동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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