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세상의 빛] 97. 최후의 심판 (「가톨릭 교회 교리서」 1038~1060항)
‘하늘과 땅’의 창조는 ‘새 하늘과 새 땅’으로 완성 고대로부터 온 인류는 하늘을 남성으로, 땅을 여성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남자의 생명으로, 그 씨를 받아 땅에서 자라는 나무를 자녀로 이해하였습니다. 이런 상징적 의미로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 1,1)라는 말씀을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하늘은 하느님이시고 땅은 사람(아담)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사람을 창조하시고 숨을 불어넣어 사람이 ‘생명체’가 되게 하셨습니다.(창세 2,7 참조) 여기에서 ‘숨’은 성령님이라 할 수 있고, ‘생명체’(직역: 살아있는 영)란 하느님의 본성을 품은 인간을 의미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성령은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새로 창조된 사람에게 동물의 이름을 지어주는 일을 시키십니다. 성령을 받아 새로운 자녀를 탄생시키는 땅의 역할을 하라는 것과 같습니다.(창세 2,19 참조) 그러나 아담은 하느님께 순종하기를 거부했습니다. 고통스럽게 하느님의 자녀를 낳는 일을 거부한 것입니다. 대신 하느님의 것을 탐내어 선악과를 자신이 차지하여 자신이 하느님처럼 되고자 하였습니다. 이것이 불순종입니다. 땅이 하늘에게, 몸이 머리에게 불순종한 것입니다. 이렇게 태초의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가 깨졌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새 하늘과 새 땅’의 창조를 계획하셨습니다.(이사 65,17 참조) ‘새 땅’은 ‘예루살렘’ 혹은 ‘새 백성’으로 요한이 묵시록에 기록된 대로 ‘교회’를 상징합니다.(묵시 21,1 참조) ‘새 하늘’은 ‘하느님의 어린양’, 즉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묵시 21,9-10 참조) 다시 말하면 새 땅인 교회는 새 하늘인 그리스도의 신부입니다. 그리고 새 하늘인 그리스도는 새 땅인 교회에 새로운 그리스도인을 탄생시키도록 명하십니다. 이 명을 받들어 교회는 참다운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들을 새로 태어나게 하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합니다. 이것이 교회의 정체성입니다. “… 교회는 흠 없는 어린양의 흠 없는 신부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이 신부를 사랑하시어 ‘거룩하게 하시려고’(에페 5,26) 자신을 내어주셨으며, 영원한 계약을 통해 결합하시고 자신의 몸처럼 끊임없이 돌보아 주신다. … 머리로서는 자신을 ‘신랑’이라 부르고 몸으로서는 자신을 ‘신부’라고 부른다.”(796) 교회는 신랑이신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나온 ‘피와 물’로 새로 태어난 그리스도의 하와입니다. 여자는 한 남자와 혼인함으로써 그 남자의 부모를 ‘아버님’, ‘어머님’이라 부릅니다. 이 호칭은 혼인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바뀌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그분 아버지를 우리 ‘아버지’라 부르고 그분 어머니를 우리 ‘어머니’라 부릅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고 성모님을 어머니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그분들로부터 직접 태어나서가 아니라 그분들이 낳으신 유일한 아드님과 우리가 혼인하여서 한 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담이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그 소명을 잊었던 이유는 자신이 누구인지 그 정체성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신부로서의 교회는 그 정체성을 잃으면 안 됩니다. 그러면 소명도 잃고 그러면 영원히 그분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혼인’은 성경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구원을 위한 핵심 주제입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남자와 여자의 창조로 시작하여 ‘어린양의 혼인 잔치’(묵시 19,9)에 대한 환시로 끝맺습니다. 성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인과 그 ‘신비’, 혼인의 제정과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의미, 그 기원과 목적, 구원의 역사를 통한 혼인의 다양한 실현, 죄로 생긴 혼인의 어려움과, 그리스도와 교회의 새로운 계약을 통하여 ‘주님 안에서’(1코린 7,39) 이루어진 혼인의 새로운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1602)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은 새 하늘과 새 땅을 위한 “하느님 계획의 결정적 실현이 될 것입니다.”(1043) 지금은 불완전하지만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완전한 혼인’이 이루어지면 세상은 그 창조된 목적을 완성하게 됩니다.(묵시 21,9-10 참조) 그때까지 교회는 자신의 자녀들을 순결한 처녀로 ‘신랑인 그리스도와 약혼시키는 역할’을 이어갑니다.(2코린 11,2 참조) 그리고 “주님의 재림에 대한 ‘복된 희망’(티토 2,13)”을 가지고, 성령과 함께 신랑이신 그분께 끊임없이 외칩니다. “오십시오.”(묵시 22,17) 그러면 주님께서 “그렇다, 내가 곧 간다”라고 대답하십니다.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묵시 22,20) [가톨릭신문, 2020년 12월 6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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