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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100: 전례 원천이며 목적이신 성부(1076~1083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27 조회수2,399 추천수2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00. 전례 원천이며 목적이신 성부(「가톨릭 교회 교리서」 1076~1083항)


전례에 감사의 봉헌이 빠진다면?

 

 

아버지 “하느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은 강복”(1079), 즉 복을 내려주심입니다. 그런데 그 복은 전례를 통해 내려옵니다. “전례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1074)입니다. 전례가 없다면 누구도 아버지에게서 오는 은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전례의 지향점은 항상 하느님 아버지여야 하며, 그 전례를 통해 복을 받는 교회의 모든 행위가 전례에 속합니다. 좁은 의미로는 전례가 ‘성사 거행’을 의미하겠지만, 넓은 의미로는 은총을 받는 교회의 모든 행위입니다.

 

우리는 이 은혜에 대해 적어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전례는 아버지의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라 오고 가는 쌍방의 친교 행위입니다. 그러니 카인과 같은 자세로 제단에 나아가서는 안 됩니다. “믿음으로써, 아벨은 카인보다 나은 제물을 하느님께 바쳤습니다. 믿음 덕분에 아벨은 의인으로 인정받고, 하느님께서는 그의 예물을 인정해주셨습니다.”(히브 11,4) 여기서 말하는 믿음이란 이미 받은 것에 대한 ‘감사’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그 ‘감사’가 없었기에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자신들이 차지하려 하였습니다. 그렇게 전례로 오는 은총이 끊겼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머리는 소이고 몸은 사람인 ‘미노타우로스’란 괴물이 나옵니다. 워낙 몸집이 크고 포악하여 그가 태어날 때 어머니가 많은 출혈로 죽었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미노스 왕은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을 만들어 자신이 낳은 괴물 아들을 가두어놓았습니다. 그가 사람을 잡아먹었기 때문입니다.

 

왜 미노스는 그런 괴물을 낳았을까요? 미노스는 크레타섬을 통치하는 왕이었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그의 왕권의 정통성을 의심하였고 왕권은 약해졌습니다. 미노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포세이돈 신이시여! 크레타섬이 저에게 내린 선물이거든 그 징표로 바다를 가르시어 흰 황소 한 마리를 이 섬으로 오르게 하소서. 저의 왕국이 굳건히 서는 날 저는 이 소를 잡아 당신께 제물로 바치겠나이다.”

 

포세이돈은 미노스의 청을 기쁘게 받아들였지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너의 편을 드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네가 교만해질 것이 마음에 걸리는구나.”

 

결과적으로 포세이돈이 보내준 흰 황소 덕분으로 미노스는 크레타 왕국을 온전히 차지하게 되었고 왕국은 날로 번창했습니다. 그러자 미노스의 마음도 변하였습니다. 흰 황소를 포세이돈에게 바치고 싶지 않게 된 것입니다. 미노스는 다른 황소를 속여서 바칩니다.

 

이에 분노한 포세이돈은 자신이 보낸 황소를 발광하게 만들어 온 크레타섬의 논밭을 짓밟고 미노스의 아내 왕비 파시파와 정을 통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흰 황소와 왕비에게서 태어난 아들이 괴물 미노타우로스입니다.

 

복의 원천은 하느님이시고, 전례란 그 선물을 받는 방법임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창조주께 드리는 ‘흠숭과 봉헌’”(1078)이 필요합니다. 전례 안에서 “성부께서 베푸시는 ‘영적 축복’”과 그 축복에 대한 “신앙과 사랑의 응답”(1083)이 반드시 만나야 합니다. 그래서 감사의 찬미와 봉헌이 없는 카인의 제사는 헛된 예배로 끝난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복을 받기 위해 대사제 멜키체덱에게 가진 것의 ‘십 분의 일’을 바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에게는 멜키체덱이 준비해 온 ‘빵과 포도주’를 통한 축복이 주어졌습니다.(창세 14,18 참조) 마찬가지로 성모 마리아께서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자신을 봉헌하지 않으셨다면 주님의 축복이 내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감사의 봉헌은 전례를 통해 오시는 분께 “당신이 주인이시고, 저는 종입니다”라는 고백입니다. 전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강복이 역사 안에 들어오게”(1080) 하려면 먼저 “성부께 ‘당신께서 주신 선물을 제물로” 돌려 드려야 합니다. 그래야 “당신의 성령을 이 제물과 교회 자신과 신자들과 온 세상에 보내주시도록 간청”(1083)할 자격을 얻습니다. 감사의 봉헌은 은총을 주시는 분이 아버지이시고, 주님이심을 인정하는 우리의 자세입니다.

 

[가톨릭신문, 2020년 12월 25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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