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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에 대하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01 조회수1,487 추천수0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에 대하여


세 위격(位格)으로 구별되지만 동시에 그 본질은 하나의 신성(神性)

 

 

교회는 하느님이 한 분이시면서 세 분이심을 믿어 고백한다. 삼위일체는 가장 중요한 교리면서 가장 어려운 교리기도 하다.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신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신비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면 좋을까.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 윤주현 신부(가르멜수도회)가 문답 형식으로 해설한다.

 

 

질문: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하느님을 ‘삼위일체 하느님’이라 하는데, 이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대답: 삼위일체 하느님은, 쉽게 말해,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하느님이 한 분이면서 동시에 세 분이심을 의미합니다. 우리 그리스도교는 유일한 하느님을 믿는 유일신교입니다. 그러나 같은 유일신교인 유다교나 이슬람교와 달리, 우리는 그 하느님이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세 위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습니다. 위격으로는 세 분이시지만 이 세 분은 서로 충만한 사랑의 친교를 나누는 가운데 같은 신성(神性) 안에서 한 분으로서 깊이 일치해 계십니다.

 

 

질문: 어떻게 하느님은 한 분이면서 동시에 세 분이신가요?

 

대답: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한 분이시지만,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구원 역사, 특히 그 역사가 담겨 있는 신구약 성경 전체를 살펴보면, 그 하느님은 세 분으로 드러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선, 세상을 창조하고 이스라엘 민족과 계약을 맺으며 그들에게 구원을 약속하신 성부 하느님이 계십니다. 반면, 이스라엘 민족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구원을 이루기 위해 성부께서 세상에 보내신 성자 하느님도 계십니다. 마지막으로, 성자께서 부활하고 승천하시면서, 교회를 성화하고 인도하도록 성령 하느님을 보내주셨습니다.

 

 

질문: 이 신비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서, 역사적으로 적잖은 이단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대답: 예, 이 문제는 교회가 대략 2세기부터 7세기까지 숙고한 가장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이 시기에 많은 이단이 생겨나 교회에 큰 어려움을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초대교회 당시 유다교에서 개종한 신자들은 자신들이 믿는 하느님이 한 분이신데, 그분이 동시에 세 분이라고 하니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아리우스 이단은, 예수님이 인간에 불과한데 그분의 훌륭한 성품과 공덕을 보시고 성부께서 입양하셨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성령피조설주의자들 같은 경우는 성령이 일개 피조물에 불과하다며 폄하했습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성부를 최고의 신으로 보고 성자, 성령을 그보다 낮은 단계에 있는 하급 신들로 보는 종속론이나, 세 분의 하느님이 계시다고 하는 삼신론(三神論)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로렌조 로토 ‘삼위일체’ (아드리아노 베르나레지 미술관 소장).

 

 

질문: 교회는 그런 이단들에 맞서, 한 분이며 동시에 세 분이신 하느님을 어떻게 이해하고 가르쳤는지요?

 

대답: 결국, 교회는 4대 보편 공의회(니케아, 콘스탄티노폴리스, 에페소, 칼케돈)를 개최해서 다양한 이단에 맞서 싸우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정통 신앙 고백문, 즉 신경(信經)을 작성해서 이를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설명하기에 이릅니다. 우선, 교회의 교부들은 니케아 공의회(325년)를 통해 성자의 신성(神性)을 장엄하게 선포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성자께서는 참 하느님에게서 나신 참 하느님이시며 창조되지 않고 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자께서는 성부와 ‘동일 본질’(homousios)이시라고 고백했습니다. 또한,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381년)를 통해서는 다음과 같이 성령의 신성을 장엄하게 선포했습니다: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나이다. 성령께서는 성부에게서 발하시고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나이다.”

 

 

질문: 하느님이 세 분이신데 어떻게 동시에 한 분으로 드러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대답: 예, 사실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공의회를 주도한 정통 교부들은 그리스 철학에서 사용하던 몇 가지 개념을 빌려서 세 분 사이의 관계와 이 세 분이 어떻게 일치하는지 설명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세 분은 동일한 본체(substantia)이시며, 세 위격(persona)으로 드러나십니다. 다시 말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동일한 하나의 신성(神性)을 누리시며, 이 점에서 볼 때 세 분은 한 분이십니다. 반면, 세 분은 각각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위격으로 드러나십니다.

 

 

질문: 그렇다면, 위격이 무엇인지 이해하면 삼위일체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겠네요?

 

대답: 예, 맞습니다. 그래서 교부들은 이 위격의 의미를 깊이 숙고하게 되었습니다. 본래 이 말은 그리스 철학에서 사용된 ‘히포스타시스’(hypostasis)라는 용어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이 말이 라틴어로 번역되면서 ‘페르소나’(persona)라는 말로 정착하게 됩니다. 이는 쉽게 말해, 본질을 간직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부, 성자, 성령은 동일한 신성(神性)을 간직하면서, ‘아버지’와 ‘아들’과 ‘거룩한 영’으로 드러나신다는 겁니다. 교부시대의 삼위일체론을 종합, 정리한 분으로 평가받는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페르소나’를 ‘관계’(relatio)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셨습니다. 즉, 아버지는 그 자체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들과의 관계를 전제로 하며, 아들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상대적 개념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사랑의 관계로부터 사랑의 영께서 발출하셨다고 합니다.

 

 

질문: 성부, 성자, 성령은 어떤 분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대답: 예, 성부께서는 ‘아버지’이십니다. 성자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시자 우리 모두의 아버지가 되십니다. 그분은 온 우주 만물을 만드신 ‘창조주’ 하느님이십니다. 이런 성부를 “시작이 없으신 시작”으로 표현합니다. 그분은 온 우주 만물의 시작이시며 삼위일체 가운데 다른 두 위격의 시작이 되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그분은 시작이 없는 영원한 분이십니다. 반면, 성자는 성부 하느님의 유일한 아드님이자 그분을 완벽하게 닮은 ‘모상’(Imago)이십니다. 성자는 성부로부터 낳음을 받으셨고, 이 세상에 파견되시어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시고, 돌아가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인류의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우리의 ‘구세주’가 되십니다. 반면,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 간의 사랑으로부터 발출하신 사랑의 영이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의 성화를 이루시며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우리를 인도하는 안내자가 되십니다.

 

 

질문: 마지막으로, 신앙생활의 중요한 원리로 삼위일체 하느님의 내주(內住)를 꼽는데, 이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대답: 예, 우리의 신앙생활은 성부, 성자, 성령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완성해 나가는 삶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그분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세 위격께서 우리 영혼 안에 거하시게 됩니다.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면, 사랑하는 이가 내 마음에 늘 살아있듯이, 그렇게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사랑하게 되면, 그분은 우리 영혼 안에 사시게 됩니다. 성부께서는 우리가 당신의 자녀로써 합당하게 살아가도록 인도해주시며, 성자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행적을 통해 성부께서 어떤 분인지 알려 주십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를 더 깊이 사랑하고 그분들의 뜻에 따라 살아가도록 사랑을 부어주시며 우리를 내적으로 이끄십니다. 이렇게 세 분과 더불어 사랑의 삶을 완성해 가는 것이 곧 신앙생활입니다. 그러므로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 우리 영혼 안에 살아계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더욱 깊이 사랑하는 가운데, 세례를 통해 맺은 그분들과의 사랑의 관계를 쇄신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겠습니다.

 

[가톨릭신문, 2021년 5월 30일, 윤주현 신부(가르멜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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