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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121: 견진성사 2(1293~1301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01 조회수1,411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21. 견진성사 ② (「가톨릭 교회 교리서」 1293~1301항)


성령 특은의 인호가 주는 힘

 

 

견진성사의 핵심 예식은 주교가 견진 대상자의 이마에 축성 성유를 바르며 “성령 특은의 인호를 받으시오”(1300)라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이 예식으로 “영혼에 지워지지 않는 영적 표지인 ‘인호’가 새겨집니다.”(1304)

 

예수님께서도 아버지로부터 이 인호를 받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성체성사에 대해 말씀하실 때,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람의 아들을 인정하셨기 때문이다”(요한 6,27)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에서 “인정하다”라는 단어는 ‘스프라기조’(sphragizo)로 ‘인장을 찍다’라는 단어와 같습니다. 성부께서 당신 아드님께도 성령 특은의 인장을 찍으신 것입니다.(1296 참조)

 

우리에게는 이 ‘인장’이 세례와 견진성사 때 새겨지는 ‘인호’와 같습니다. 가축을 자신의 것으로 삼을 때 ‘인장’을 찍는데, 인장이 찍혔다는 것은 이제 ‘누군가의 소유’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인장이 찍힌 사람은 하느님의 소유입니다. 심판 때 이마에 인장이 새겨진 사람들은 구원받을 것입니다. 맞는 말일까요?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다 맞는 것은 아닙니다. 인장이 찍혔어도 구원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만약 도살장에 끌려가는 동물에게 인장이 찍혀 있다면 그것은 구원의 표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인장을 찍은 주인이 동물이 죽기 전에 인장으로 자신의 것을 입증한다면 그 동물은 구원됩니다. 그러나 성사를 통해 새겨진 인장이 곧 구원의 표지가 되지는 않습니다.

 

전에 영화 ‘트루먼 쇼’(1998)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이 트루먼이란 한 사람을 속여먹는 내용입니다. 트루먼은 자신만 모르는 커다란 TV 세트장에서 모두가 배우인 사람들 속에서 살아갑니다. 누구도 트루먼을 진정으로 사랑해주지 않았지만, 실비아만이 트루먼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직장을 잃어가면서까지 트루먼에게 진실을 이야기해 줍니다. 이때 바닷가에서 둘이 ‘키스’를 하는데, 우리가 받는 인호는 바로 그런 키스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트루먼은 처음엔 그 말을 잘 믿으려 하지 않았지만, 그 키스의 달콤함이 생각날 때마다 실비아의 말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조금씩 실비아의 말을 믿게 되고 모든 의심스러운 것들과 싸움을 시작합니다. 키스는 한 번이었지만 그 한 번의 진실한 키스와 눈빛은 트루먼의 삶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 한 번의 진정한 키스가 세상과 싸움을 일으켰기 때문에 참 효과를 발휘하게 된 것입니다. 인호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싸우게 하지 않는 인호는 구원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이마에 찍힌 인호는 성령의 특은으로 내가 세상에 속하지 않고 하느님의 것이라는 정체성을 줍니다. 그 정체성은 나를 세속의 자녀로 만들려는 사욕(邪慾)과 싸움을 일으킵니다. 이 욕구를 ‘세속, 육신, 마귀’, 곧 ‘삼구’(三仇)라고 합니다. 세례와 견진 때 받는 성령의 힘은 인간 본성의 나약함에서 해방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욕의 충동과 싸우는 힘을 주는 것입니다.(978 참조) 어른이 되려면 아기처럼 살게 만드는 이 본성과 싸움이 필수적입니다.

 

‘데이브 아스프리’는 26세에 실리콘벨리 대기업 전략계획 이사로 선임되어 연봉 70억 원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2년 만에 모든 것을 잃고 30세 무렵에는 몸무게가 140㎏까지 늘어나 죽음 직전의 만성피로로 고생하게 됩니다. 그가 40세 무렵 성공한 사업가, 인기작가로 재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인물 450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최강의 인생」이란 책을 썼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실패했던 원인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좇는 권력, 돈, 섹스 이 세 가지”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삼구와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도 어른으로서 제대로 살기 위해 삼구, 곧 ‘육체적 본성’과 싸웁니다. 우리 이마에 찍힌 하느님 사랑의 징표는 우리가 이런 욕망의 굴레 속에서 살 존재가 아님을 항상 일깨워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해주신 첫키스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톨릭신문, 2021년 5월 30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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