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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124: 올바른 행동에 대한 성찰 (1) 사랑, 인간과 세상 향한 가장 중요한 가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20 조회수1,756 추천수0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24. 올바른 행동에 대한 성찰 (1) 사랑, 인간과 세상 향한 가장 중요한 가치(「간추린 사회교리」 516항)


고통에 함께하시는 하느님 발걸음을 완성하는 ‘사랑’

 

 

“이태석 신부의 삶을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에 작은 학교를 짓고 가르쳤던 어린 제자들이 생각났습니다.(중략) 남수단에 찾아갔더니 의대생이 된 제자 16명이 나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의사거나 의대생이 된 제자가 무려 57명에 달했습니다. 남수단 작은 톤즈 마을에 신부님이 지은 허름한 학교에서 6년 만에 국립대 의대생 57명이 나온 것입니다. 그 작고 가난한 마을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태석 신부가 저희 곁에 돌아왔습니다!”(영화 ‘부활’ 구수환 감독 인터뷰)

 

 

하느님께서 먼저 들으셨습니다!

 

탈출기에는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 구원을 체험한 생생한 사건이 기록돼 있습니다. 눈여겨 볼 것은 하느님께서 고통받는 이스라엘의 처지를 먼저 보셨다는 것입니다.(탈출 2,23-35) 요한 서간에서도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다고 합니다.(1요한 4,19) 사제로 살면서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바로 고통받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한다고 하면서 그러지 못할 때입니다. 그런 노력들은 실재적이어야 합니다. 만일 그것이 말로만 그친다면, 공허한 미사여구,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 선의가 없는 도덕주의, 지혜가 없는 지성주의, 심지어 거짓 신앙에 머물 것입니다.(「복음의 기쁨」 231항)

 

가톨릭교회는 세상이 걸어갈 올바른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는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고통과 소외, 눈물과 탄식을 눈여겨 보심에서 비롯됩니다. 생명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발전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지구에 온 것입니다. 인생은 짧고 바로 눈앞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생명보다 더 귀중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 2012년 브라질 ‘리우 정상회담’ 연설 중)

 

 

세상은 한몸과 같이

 

최근 여러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광주에서는 건물 붕괴로 인한 매몰 사고가 있었고, 건설현장과 각종 산업현장에서 산업재해, 모든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군대 내 성범죄와 이로 인한 자살 사망도 있었습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사고와 안타까운 죽음이 많았습니다.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안전불감증과 예방 미비로 인해 벌어진 사고는 일상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산업재해 사망자가 한 해에 2000명을 웃도는 국내 현실에서, 가족의 안위도 늘 걱정스럽지요. 근절되지 않는 성범죄는 너무나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살 만하며 아름답고 행복한 일이 더 많다고 위로해야 할까요? 그러나 무책임하고 현실도피적인 말로 넘어갈 수만은 없습니다. 사회는 인간의 몸과 같습니다. 몸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누군가 당한 사고는 내가 당할 수도 있고, 사회의 아프고 힘든 상처 역시 내가 겪을 아픔일 수 있습니다. 구조와 제도가 갖는 한계와 허점을 방치하면 상처가 곪아 더 큰 병이 생기듯 결국 사회의 안위도 위협받습니다. 그래서 사회의 크고 작은 어려움에 함께 관심 가질 것을 촉구합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란 불의함이 개선돼 더 좋게 변화돼 가는 사회입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항)

 

 

행동과 변화의 원천 ‘사랑’

 

영화 ‘부활’을 통해 아프리카 남수단의 이태석 신부님 삶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밀알의 비유처럼 그의 삶이 많은 이들에게 생명과 사랑, 영감(inspiration)과 새로움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신비가 생생하게 약동함을 바라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주셨는지를 기억하고 느끼게 합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이 없는 채로 모든 생명과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면 개발도 발전도 무의미합니다.

 

그래서 평등과 존엄, 사랑의 필요성과 함께(52항)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가르칩니다.(레위 19,33-34; 마르 12,29-31) 신앙의 가르침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하고 평화로 채워 줍니다.(516항) 인간의 내적 변화를 가능케 하며(24항) 이것이 바로 의식의 개선인 회심입니다.(42항) 이 회심은 바로 모든 생명과 환경, 이웃을 소중히 여기는 인식, 고통에 연대하는 하느님 마음으로의 전환입니다. 이처럼 사랑 안에서 고통에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발걸음은 인간의 회심에서 완성됩니다. 행동하고 변화하려는 그리스도인에게 사랑은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참 평화의 증진은 모든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믿음의 표현이다.(중략) 신앙은 삶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하며, 그리스도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남겨 주신 평화로 채워 준다.”(「간추린 사회교리」 516항)

 

[가톨릭신문, 2021년 6월 20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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