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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128: 올바른 행동에 대한 성찰 (5) 공정논란, 목적과 방법으로서의 평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7-19 조회수1,610 추천수0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28. 올바른 행동에 대한 성찰 (5) 공정논란, 목적과 방법으로서의 평화(「간추린 사회교리」 495항)


평화는 모든 사람이 책임을 인식할 때에만 꽃필 수 있다

 

 

지풍년: 어디다 대고 눈 똑바로 떠? 자식들 아주 잘 키우셨네요~ 양반 가문 좋아하네. 내가 그거 하나 보고 결혼시켰는데 이런 게 무슨 양반 가문이야!? 막돼먹은 쌍 것들이지.

이철수: 뭐? 막돼먹은 쌍 것들?

이광남: 말씀 함부로 하지 마세요. 저희 아버지한테 사과하세요! 당장.

지풍년: 내가 못 할 말 했냐?

이광남: 사과하시라고요.

지풍년: 얘가 왜 이래? 눈 뒤집는 것 봐? 비켜!

이광남: 저희 아버지한테 사과하시기 전에는 한 발짝도 못 나가요?

지풍년: 비키라고 했다.

이광남: 못 비킵니다.

지풍년: 못 비켜? 어디서 이게!

(KBS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 16회 중)

 

 

막장 드라마와 우리의 현실

 

‘막장’이라는 말은 여러 의미로 사용되는데 탄광의 끝부분이나 거기서 일하는 인부, 혹은 완전히 실패한 일이나 상황을 뜻합니다. 막장 드라마는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과 범죄, 심지어 반인륜적 내용을 다루는데 그 내용은 대단히 불건전하고 비윤리적 내용들입니다. 그런데 대개는 높은 시청률과 인기를 기록합니다.

 

왜 그럴까요? 출생의 비밀, 신분상승, 탐욕과 욕망, 음모와 배신, 폭력과 악행 등 자극적인 소재와 빠른 이야기 전개, 반전 덕분입니다. 자연스레 긴장감을 유지하며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높입니다. 그밖에도 인간 무의식에 숨어 있는 본능과 욕망과 감정을 자극해서 이를 충족시키기 때문입니다. 어찌 됐든 아쉽게도 막장 드라마는 우리의 삶과 그리 유리된 것은 아닌 듯합니다. 개인과 가족 간, 사회에서 발생하는 많은 갈등과 싸움도 결국 이 막장드라마와 비슷하기 때문이죠.

 

 

근절돼야 할 악순환과 폭력

 

막장스러운 현실이 만들어지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합니다. 인간적 갈등, 이익을 둘러싼 다툼과 반목, 시기와 질투, 사랑받지 못함, 그로 인한 미움과 아픔, 반복되는 원한 관계 등입니다. 사회적으로도 수십 년이 지났지만 정리되지 못한 과거사, 실행되지 못한 보상과 사죄, 폭력의 악순환, 그래서 개인과 사회가 겪는 고통들이 존재합니다. 그런 고통을 둘러싸고 서로 격렬하게 충돌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이런 문제들을 깊이 이해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라고 합니다.(「백주년」 55항) 또한 그를 위해 서로의 협력을 강조하며(「간추린 사회교리」 90항) 궁극적으로 진리, 정의, 자유, 사랑의 관계맺음을 통해서 해결이 가능하다고 가르칩니다.(95항) 진리에 따라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수록 이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으로부터 멀어지고 도덕적 선함에 가까워지며(198항), 이를 위해서 평화를 통해 평화를 이룸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폭력과 폭력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것은 결코 용인될 수 없으며, 그 자체가 악이며 인간에게 결코 걸맞지 않고 결국은 인간의 존엄과 생명, 자유를 파괴한다고 합니다.(496항)

 

 

평화로써 평화를

 

사회교리 원고를 쓰면서 사회 갈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전하는 것과 별개로 현실 문제들은 참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제대로 식별하고 판단한다 해도 개인의 이익을 양보해야 하는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 기다리고 있고, 또한 그 문제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으로 감정과 폭력을 꼽습니다. 사람으로 하여금 억울함과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사건과 원인도 분명 문제이지만 그런 감정에 사로잡히는 상황도 안타깝습니다.

 

재론하지만 개인과 사회가 겪는 어려움은 복잡하고 첨예합니다. 그리고 감정과 폭력이 되풀이되는 한 그 해결은 요원할 따름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공정논란을 보며 그것이 평화를 지향하며 평화로운 방법으로 논의되고, 대안이 모색되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구태의연하고 비합리적이며 부당한 상황이 개선돼야 하겠으나 목적으로서의 평화와 평화라는 방법을 상실하면 더 큰 어려움만이 되풀이되기 때문입니다.

 

“평화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질서의 추구를 통해 날마다 조금씩 이룩되는 것이고, 모든 사람이 평화 증진에 대한 책임을 인식할 때에만 꽃필 수 있다. 분쟁과 폭력을 막으려면, 평화를 모든 사람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가치로 뿌리내리게 하는 일이 절대 필요하다.”(「간추린 사회교리」 495항)

 

[가톨릭신문, 2021년 7월 18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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