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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함께 걷는 여정,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중) 공동합의성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0-18 조회수2,245 추천수0

함께 걷는 여정,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중) 공동합의성


하느님 백성 삶과 활동의 방식… 의사 결정과는 다른 의미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6차 정기총회 개막에 앞서 10월 9일 교황청 시노드홀에서 열린 모임을 주재하고 있다. CNS.

 

 

10월 10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개막했다. 동시에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2023년 10월까지 2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교회의 복음화 사명을 위한 체험과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번 호에서는 주교시노드의 주제인 ‘공동합의성’이 무엇인지 성찰해본다.

 

 

교회의 필수적 요소

 

“공동합의성(synodality)의 여정은 하느님께서 제삼천년기의 교회에 바라시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5년 주교시노드 설립 50주년 기념 연설에서 현대교회가 걸어가야 할 길로서 공동합의성을 제시했다. 이후 공동합의성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에 ‘시대적 징표’로 떠올랐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표방한 친교의 교회론에서 도출되는 이 개념은 교회의 나아갈 길에 대한 하나의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교회의 필수적 요소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가 어느 한 사람 또는 한 집단이 이끄는 공동체가 아니라 하느님 백성의 모든 구성원이 충만한 구원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국제신학위원회는 2018년 공동합의성에 대한 신학적 논의를 집약한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을 발표하고, 다음과 같이 공동합의성을 정의했다.

 

“공동합의성은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의 생활 방식과 활동 방식(modus vivendi et operandi)의 고유한 특성을 가리킨다. 교회는 함께 걸어가는 데에서, 회합에 모이는 데에서, 그리고 모든 구성원들이 복음화 사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데에서 자신이 친교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실현하는 것이다.”(6항)

 

즉 공동합의성은 단순히 의사 결정에 관한 것이 아니라, 교회의 ‘삶의 방식’이며 ‘실존 방식’이고 ‘활동 방식’이다. 보편교회의 주교단, 각 대륙별 및 국가별 주교회의, 교구 사제평의회 및 사목평의회, 본당 사목 협의회 등은 모두 공동합의성의 정신을 반영하는 기구다.

 

 

공동합의성에 대한 이해와 오해

 

공동합의성이 미래의 복음화 사명, 교회 쇄신, 세상의 고통과 고난에 함께하는 교회의 모습과 관련된 시대적 징표로 논의되고 있지만, 사실상 이에 대한 이해는 현재 매우 초보적인 단계로 평가된다. 많은 신자들은 여전히 공동합의성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공동합의성으로 번역된 시노달리티(synodality)라는 용어는 ‘시노드’(synod)에서 왔다. 시노드는 그리스어인 ‘sinodos’에서 유래했다. Synod는 ‘syn’(함께)과 ‘hodos’(길)의 합성어로, ‘함께 걸어가는 길’이라는 뜻을 갖는다. 시노달리티는 따라서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어로 번역된 ‘공동합의성’은 시노달리티라는 명칭과 그 개념을 정확하고 충분하게 담고 있지 못하고 있다. ‘공동’으로 ‘합의’에 도달한다는 표현은 자칫 민주주의적인 다수결 원칙을 연상하게 될 우려가 있다.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의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은 이러한 염려를 담아 공동합의성의 개념을 교회의 민주화, 의회주의의 실현으로 오해하거나 단지 교회 내 의사 결정 방법에 대한 것으로 축소 이해하지 않길 당부했다.

 

 

왜 지금 공동합의성인가?

 

주교시노드 사무국은 주교시노드 준비 문서를 통해 공동합의적 여정의 맥락이 되는 오늘날 세계와 교회의 현 상황을 짚으며, 전 세계적인 감염병의 유행 등과 같은 비극적 상황은 인류가 한 형제라는 깨달음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불평등의 상황, 이주민과 난민들을 포함한 인류 가족의 비극적 상황 속에서 교회는 가난한 이들과 땅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교회가 믿음의 부족과 내부의 부패에서도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교회 전체는 대물림된 성직자 중심주의, 그리고 권력, 경제, 양심, 성 등 온갖 형태의 남용이나 학대와 결부된 권위 행사의 형태가 스며든 문화라는, 교회가 짊어진 무게를 숙고해보라고 부름을 받는다고 역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후 지속적으로 공동합의성을 강조해왔고, 이는 세상이 교회에 요구하는 “다음 세대들에게 더 아름답고 인간적인 세상을 전해주는 일”인 동시에 “교회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교황은 고통 속에 있는 세상을 위한 교회의 소명을 실천하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제삼천년기의 교회 모습이 바로 공동합의적 교회임을 표명했다.

 

 

공동합의성, 교회의 운영원리

 

애당초 공동합의성은 예수 그리스도와 초기교회로부터, 그리고 교회 역사 안에서 일관되게 실천돼온 교회의 운영 원리였다.

 

현대교회가 지향하는 공동합의적 교회의 모델은 예루살렘 사도회의다. 사도행전에서 나타나는 예루살렘 사도회의에서 교회는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사도들과 원로들, 그리고 온 교회가 참여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성령의 인도하심이 바탕을 이룬다. 그래서 사도들은 예루살렘 사도회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성령과 우리는… 결정하였습니다.”(사도 15,28)

 

예루살렘 사도회의는 이후 교회사 안에서 중요한 교회 일을 결정하는 데에 모델이 됐다. 하지만 교계제도가 강조되고 교황권이 강화되면서 공동합의적 교회의 모습이 약화됐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함께 걸어가는 교회’의 모습이 회복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의회를 통해 표명된 공동합의적 교회의 지향을 간직하고, 공동합의성을 공의회가 약속한 쇄신 작업의 중심으로 보았다. 공동합의성에 대한 교황의 관심과 의지를 바탕으로 국제신학위원회는 ‘교회와 시노드는 동의어’임을 천명하고 공동합의성을 단지 의견을 수렴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 백성의 삶과 활동의 방식’, 곧 교회의 삶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규정했다.

 

 

공동합의성에 대한 주교 시노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모든 수준에서 공동합의적 교회 공동체를 실현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교황은 교회가 공동합의성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실천해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그 시범적 실천의 현장이 될 수 있다.

 

광주대교구는 최근 ‘하느님 백성의 대화’의 자리를 통해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공동합의적 체험과 논의의 장을 정례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광주대교구 사목국장 김정용 신부는 “신자들이 ‘공동합의성’의 신학적 의미를 모두 알 필요는 없다”며 “함께 걸어가는 여정에 실제로 참여함으로써, 체험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직접 겪어봄으로써 공동합의적 교회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 백성 전체가 2년 동안 교구-대륙-세계의 단계로 이어지는 주교시노드에 참여해 시노달리티, 즉 ‘함께 걸어가는 여정’을 시범적으로 체험하길 바라고 있다. 바로 이번 주교시노드를 통해 공동합의성을 실현하는 훈련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은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상호경청과 용기, 겸손과 존중 등 오늘날 교회를 성숙시킬 수 있는 다양한 덕목들을 체험할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21년 10월 17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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