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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교리 상식: 혼인성사를 한 기혼 신앙인도 수도 생활을 할 수 있나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1-28 조회수1,260 추천수0

[가톨릭 교리 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아버지께서 퇴직하시면 수도원에 들어가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하십니다. 혼인성사를 한 기혼 신앙인도 수도 생활을 할 수 있나요?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하느님을 찾아 나섭니다. 가령, 평신도의 삶을 생각해볼까요? 평신도는 하느님을 찾고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일을 세속에서의 자기 삶 안에서 진행합니다. 험난한 사회 안에서 가정을 꾸리지만 성가정을 이루고자 노력하며, 이 번잡한 사회 안에서도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산다면 삶이 얼마나 풍성해지는지 자기의 삶으로 증언하는 것이죠.

 

반면, 교회법은 수도자의 삶이 평신도나 성직자의 삶과는 본성상 다르다고 설명합니다(교회법 588조). 말하자면, 수도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수도자들이 하느님을 찾고 증언하는 방식은 수도자를 규정짓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수도자들의 그러한 삶의 양식을 ‘축성 생활(Vita Consecrata)’이라고 합니다. 축성 생활을 하는 사람이 수도자입니다. 축성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멋들어진 수도복을 입고 수도원에서 산다 하더라도 수도자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여기서 축성 생활이란 복음 삼덕에 따라 살겠다고 공적으로 약속하고 사는 삶을 말합니다. 이어서 축성 생활의 핵심인 복음 삼덕은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복음의 가르침을 세 가지로 요약한 것인데, 가난, 정결, 순명이 그것입니다. 수도자들은 이 세 가지 가치에 따라 한평생을 바쳐 살겠다고 약속합니다. 게다가 그러한 약속을 마음속으로 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공인한 방식에 따라 공적으로 맺습니다. 따라서 복음 삼덕의 세 가치 중 하나라도 공적으로 지키지 않고 산다면, 수도자가 될 수도 없을뿐더러 수도자로 사는 의미도 없다고 하겠습니다.

 

자꾸 ‘공적’으로 약속한다고 하니까 그게 무슨 뜻인가 싶으실 텐데, 개인적인 실천을 넘어서 복음 삼덕을 지키는 공적인 방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버님의 경우에는 그중에서도 ‘정결’의 가르침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결’은 세상이 주는 기쁨 없이도 우리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충만함으로 온전히 채워질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정결이 없다면 육체적이고 세속적인 쾌락에 젖어 들게 되겠지요. 그런데 수도자들은 육적인 차원의 기쁨을 포기하고 하느님을 선택하여 ‘정결’의 가치를 삶으로 살아낸다는 것을 ‘공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독신’을 선택합니다. 물론, 정결의 가치를 마음에 품고 각자의 방식으로 소화하며 사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고 또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결의 가치를 공적으로 살아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독신은 정결을 외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방식입니다. 그래서 수도회들은 수도원 입회자를 모집할 때, 지원 조건으로 미혼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아버님께서 수도원에 입회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를 수도원 문턱이 높다는 식으로 이해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도원의 입회 장벽이 높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아버님을 다른 부르심을 통해 부르고 계신다고 이해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이미 혼인성사도 받으셨고 자녀분도 있으시다면 하느님께서 평신도의 삶으로 당신을 찾고 증거하길 원하시는 것이 분명하니까요. 성직자나 수도자의 부르심, 평신도의 부르심에 질적 차이가 있지 않습니다. 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소중한 부르심입니다.

 

다만, 아버님께서 선택하실 수 있는 좋은 대안이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제3회입니다. 제3회는 교회법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회원들이 세속에서 어느 수도회의 정신에 동참하여 그 수도회의 상급 지휘 아래 사도적 생활을 살고 그리스도교 완성(완덕)을 향하여 노력하는 단체들은 제3회들이라고 일컫거나 다른 적당한 이름으로 불린다.”(교회법 303조) 제3회 회원들은 수도자들처럼 가난, 정결, 순명을 실천하며 살아가지만, 공적으로 교회 앞에서 서원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정결을 독신의 형태로 지키지 않아도 되고, 결혼 생활을 이미 하시는 분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세속에서 살아가지만, 수도회의 지도에 따라 수도회의 정신을 살아가는 것이므로, 제3회에 참여하는 것은 평신도가 복음 삼덕을 살아가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도미니칸 평신도회’, ‘재속 가르멜회’, ‘재속 프란치스코회’ 등이 있으니 살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2021년 11월 28일 대림 제1주일 서울주보 4-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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