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주간 특집] 코로나 시대의 사회교리
우리 모두는 한 배를 탄 형제… 절박한 이웃 호소에 귀 기울여야 - 대구대교구 이주사목부장 이관홍 신부(가운데)가 지난해 2월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직원들과 함께 지역 이주민 공동체들에게 전달할 마스크 등 감염병 예방물품을 포장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그리스도인은 더 나은 세계 건설에 진력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고, 교회의 사회교리는 무엇보다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제안을 하며 개혁적인 활동 방향을 가리켜 준다”고 강조하고 모든 신자들이 사회교리를 실천할 것을 호소한다.(「복음의 기쁨」 183항) 특히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고통받는 지금 사회교리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제11회 사회교리 주간을 지내며 코로나 시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사회교리를 짚어본다. 코로나 위기의 해법, 사회교리 코로나19는 소비주의와 이기주의의 병폐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척과 혐오, 차별, 그리고 환경 훼손과 생태계 파괴 등 인간이 쌓아올린 눈부신 문명 뒤에 가려졌던 상처들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염병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 문명 자체가 지닌 위기를 돌아보게 해준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의 해법을 찾는 전문가들은 가톨릭 사회교리를 주목하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잡화상 계산원들, 배달원들, 방문 의료서비스 담당자들, 그 밖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면서도 박봉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줬다”고 말하면서 코로나19가 ‘기여적 정의’와 공동선의 중요성을 드러냈다고 언급했다. 샌델 교수는 이 책에 여러 철학자들의 개념과 함께 특별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 미국 주교회의 사목서한 등을 인용해 가톨릭 사회교리에 담긴 ‘공동선’을 언급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가톨릭 사회교육(교리)에 이르기까지 기여적 정의의 이론은 ‘우리는 공동선에 기여할 때만 완전한 사람이 되며, 우리가 한 기여로부터 우리 동료 시민들의 존경을 얻는다’고 가르친다”면서 가톨릭 사회교리의 원리가 능력주의로 점철된 사회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손병선 회장이 지난해 3월 서울 후암동 일대 쪽방촌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교회 역시 코로나19 대유행이 불러온 위기를 인간의 존엄, 공동선,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 선택, 연대성 등 사회교리의 원리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성찰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비극은 우리가 모두 같은 배를 타고 항해하는 세계 공동체라는 인식을 삽시간에 효과적으로 불러일으켰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 배 안에서 한 사람의 불행은 모든 사람에게 해가 된다”며 “우리는 그 누구도 혼자 구원받을 수 없고 오로지 함께라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밝혔다.(「모든 형제들」 32항)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박동호 신부도 “나의 성공, 나의 경쟁력 등 ‘나’만이 삶의 목표처럼 여겨져 왔고, ‘나’만을 위한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코로나19는 남과 단절이 오히려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줬다”면서 “코로나19는 개인이나 일부 집단의 이기심이, 인간이 만든 울타리가 얼마나 무용(無用)했는지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코로나19는 우리가 ‘낙오시킨 사람’, ‘실패했다고 여긴 사람’, ‘가난한 사람’도 함께 살아야 우리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사회적 약자를 ‘이웃’으로 봐야한다는 교회의 가르침, 바로 사회교리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착한 사마리아인’ 되라는 절박한 초대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월 20일 이탈리아 평신도 연례행사 ‘리미니 미팅’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은 개인과 우리 각자를 역사의 중심에 다시 놓으면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실존의 의미와 삶의 유용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 일깨웠다”며 “질병과 고통에 직면하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며 많은 사람이 주저하지 않고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위기의 극복방안이 사회교리라면,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가톨릭 신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제2의 교리서로서 ‘사회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며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쉽게 표현하면 바로 하느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서 실천하는 것이 사회교리다. 그 구체적인 모습은 다름 아닌 ‘착한 사마리아인’이다. 교황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밝게 빛나는 표상”이라며 “많은 고통과 상처 앞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모든 형제들」 67항) 박동호 신부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기 위해 무엇보다 “자기 주위에서 가장 소외된 이웃, 가장 가난한 이웃이 겪는 고통을 발견하고 공감할 줄 아는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때문에 다들 힘들다”라는 무관심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를 뭉뚱그리지 말고, 우리 곁의 고통받는 이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그 아픔에 귀 기울이자는 것이다. - 광주카리타스재난재해봉사단이 2017년 7월 수마가 할퀴고 간 청주시 낭성면 꽃빛누리농원을 찾아 비닐하우스 안으로 밀려든 토사를 걷어내는 등 복구 작업을 펼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그렇다면 착한 사마리아인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최근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황경원 신부, 서울 정평위)는 자료집 「‘코로나19 재난’과 사회적 약자 그리고 교회의 임무와 역할」을 발표했다. 서울 정평위는 자료집에서 “예수님의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본받아 우리도 세상에서 이웃사랑과 평화 실현에 참여할 방법을 찾아 실천하자”면서 ▲ 코로나19 감염병에 필요한 의료용품 지원 ▲ 코로나19 긴급재난모금 등에 후원 ▲ 코로나19로 급감한 헌혈에 동참 등을 제안했다. 고통받는 이웃을 기억하는 성찰과 묵상, 기도도 사회교리 실천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서울 정평위는 ▲ 이주민과 난민을 대하는 마음 ▲ 코로나19로 심화된 교육 불평등 해소 ▲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 ▲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일부 언론 등을 성찰해볼 것을 제시했다. 또 묵상에 도움이 될 자료로 코로나19에 관련된 교황의 강론과 회칙 「모든 형제들」, 교부 마르세유의 살비아누스의 가르침 「교회에게」 등을 권했다. 본지 기획 ‘더 쉬운 사회교리’를 집필하고 있는 이주형 신부는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 우리 신앙의 가르침이 사실은 사회교리”라면서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 좀 더 편한 것, 편리한 것을 찾는 마음을 버리고, 무관심을 덜어내고 이웃사랑 실천, 나눔, 봉사 등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선행들을 채워나가며 신앙을 회복하는 것, 바로 사회교리가 그 자체로 코로나19가 가져온 상황에 대한 답”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21년 12월 5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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