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4) 창세기의 내용은 사실일까요? 구약성경의 맨 처음엔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창세기에 따르면 하느님께서 세상을 6일 만에 창조하셨고, 여섯째 날에 인간을 창조하셨다고 합니다. 문자 그대로 이해한다면, 6일 만에 혹은 144시간 만에(!) 이게 가능한 일이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가요? 창세기에 나오는 창조의 과정과 방식을 대부분 사람들은 더 이상 믿지 않습니다. 만일 과학자들에게 창세기에 나오는 과정대로 우주와 세상이 창조되었는가에 대한 진위여부를 묻는다면 아마 코웃음만 칠 것입니다. 하지만 교회는 오랫동안 하느님에 의한 세상 창조를 믿어 왔고, 창세기의 가르침을 받아 들여왔습니다. 그렇다면 창세기의 내용은 모두 오래된 동화 같은 이야기 혹은 과학에 무지했던 옛사람들의 과장일까요? 아니면 일부 신심 깊은 사람들의 주장처럼 창세기의 모든 내용은 글자 그대로 믿고 따라야 할까요? 가톨릭교회는 하느님의 세상 창조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할까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창조 과정의 하루가 실제 하루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 주장은 태양이 넷째 날에 가서야 비로소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근거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세상 창조가 6일 동안, 즉 144시간만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창세기의 창조설화는 여전히 의미 있고 중요한 내용인데, 이는 하느님과 세상과 인간에 대한 매우 중요한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창조는 하느님의 가장 깊은 신비, 즉 창조주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창조 사건은 과학의 눈이 아니라, 신앙의 눈으로 봐야 하고, 신비 사건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신비는 인간 스스로는 깨달을 수 없고, 하느님께서 알려주셔야만 알 수 있습니다. 창세기 1장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통해서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 말씀하시기를 … .” 세상은 하느님 말씀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이 창조설화의 주된 내용입니다. 창조설화는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이라는 것은 육하원칙에 따라, 즉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등의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입니다. 성경의 세상 창조에 대한 기록은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진실’의 기록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 주목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진실은 현상을 통해 드러난 숨은 의미,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것입니다. 창세기는 세상이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고, 그래서 세상 만물과 인간이 존재한다고 증언합니다. 누구도 하느님의 세상 창조를 목격한 사람은 없고, 그 옆에서 그 과정을 기록한 사람도 없습니다. 창세기의 기록처럼 세상이 6일 만에 창조되었는지 알 수도 없고, 반대로 창조설화를 부정할 근거도 없습니다. 창세기는 과학적 증명이 필요한 책이 아니고, 하느님 계시를 당시 인간이, 당시 이해 능력과 문화 안에서 기록한 것입니다. 창세기의 목적과 의도는 창조 과정에 대한 객관적 기술이 아니라, 창조의 이유와 목적을 깨닫는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이 온 세상의 창조주이자 구세주라는 것, 그리고 하느님께서 인간이 살아갈 땅과 세상을 마련하셨고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2022년 1월 23일 연중 제3주일(하느님의 말씀 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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