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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교리 상식: 혼인 장애와 근본 유효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1-31 조회수1,119 추천수0

[가톨릭 교리 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제 친구는 고등학생 때 세례를 받은 후 냉담하다가 사회혼을 했습니다. 이 친구는 최근에 성당을 다시 나갔다가 자신이 조당이라 성체를 영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1년째 영성체를 못 하고 있는 제 친구는 남편이 관면혼배를 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아니면 성체를 모실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조당에 걸리셨는데도 신앙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격려와 응원을 보냅니다.(조당은 ‘혼인장애’를 의미하는 용어인데, 그리스도교 신자가 유효하게 혼인을 거행하지 않은 경우를 말합니다.) 성체를 영하지 못하는 상태가 1년이나 되셨는데도, 교회 안에서 굳건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계심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용기를 잃지 말고, 신앙을 통해 하느님께서 주시는 힘에 더욱 의지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교회는 혼인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교회가 혼인이 보여주는 특별한 가치에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혼인을 통해 한 몸이 된 부부간의 관계는 사람들이 흔히 맺는 관계와는 다릅니다. 부부간의 관계는 교회와 그리스도 사이의 관계를 유비적으로 보여주는 표상과 같습니다. 주님께서 당신을 스스로 신랑이라고 자처하시고, 교회는 신랑이신 그분의 신부이기 때문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796항) 그러므로 사람간의 혼인은 ‘그리스도와 교회가 보여주는 온전한 일치’(가톨릭교회 교리서 795항)를 닮은 관계여야 합니다.

 

이에 따라 교회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로부터 유추해 낸 혼인의 가장 중요한 속성으로 ‘불가해소성’과 ‘단일성’을 꼽습니다.(불가해소성은 혼인으로 맺어진 인연이 죽을 때까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개념이며, 단일성은 혼인을 통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부부로 맺어지는 것이므로 일부다처제 및 다른 형태의 혼인을 금한다는 개념입니다.) 교회가 혼인에서 형식을 강조하는 것은 불가해소성과 단일성에 문제가 있는 혼인은 아닌지 검증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그러나 교회의 가르침에 온 마음으로 동의하고 그렇게 살고자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질문을 보내주신 분의 친구분처럼 배우자가 교회의 관면혼배에 참석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그런 어려움을 만나게 되면, 신앙생활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여전히 길이 있으니 본당 신부님을 찾아뵙고 상담을 받아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혼인성사를 거행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부부가 몇 년에 걸쳐 부부관계를 충실히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가정을 성실하게 잘 꾸려나갈 의지가 있다면, 교회법적 형식을 갖추지 못해 발생한 여러 장애를 관면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가정이라면 혼인의 불가해소성과 단일성에 문제가 없음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관면을 근본 유효화라고 하는데, 혼인의 근본 유효화를 위해서는 먼저 본당 신부님께서 면담을 통해 혼인의 유효성을 파악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교회 법원에서 근본 유효화의 승인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본당 신부님을 찾아뵙고 본인의 사정을 소상히 설명해 드리시길 권해드립니다. 하느님을 향한 믿음이 있고, 교회 안에 머무르려는 의지가 있다면, 교회의 혼인 절차는 장애물이 아니라 신앙생활을 위한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입니다.

 

* 이번 달 ‘가톨릭교리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는 통합사목연구소 소장 양주열 베드로 신부님께서 자문해주신 내용에 따라 집필되었습니다.

 

[2022년 1월 30일 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서울주보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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