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56. 혼인성사 ⑧ (「가톨릭 교회 교리서」 1655~1666항)
가정은 교회로 나아가기 위한 신앙교육의 장 가정을 교회라 부를 수 있을까요?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가정을 오래된 표현에 따라 ‘가정 교회’라고 부릅니다.”(1656) 하지만 ‘가정이 곧 교회다’라는 뜻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는 당신의 대리자인 베드로가 있어야 하고 그가 지닌 하늘나라 열쇠가 있어야 합니다. 가정엔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지닌 교황이 없습니다. 따라서 ‘가정이 곧 교회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가정을 교회라고 할 때는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가톨릭교회 모습이 가정에서 ‘상징적으로’ 재현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는 마치 부부관계가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 관계의 표징인 것과 같습니다.(1617 참조)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 관계 안에서 하늘나라에서 살 하느님의 자녀가 탄생하듯, 가정에서도 자녀가 탄생하여 사회로 나아갈 준비를 합니다. 이처럼 가정이 교회의 모습을 지니면 좋은 점은 자녀들이 쉽게 교회에 적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교회에 적응하며 하느님 나라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태아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가정이라는 환경에 적응하는 연습을 합니다. 만약 부부가 자주 싸워 태중에서부터 아기가 불안하면 태어나서도 분명 가정에서 잘 적응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가 학교나 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는 없습니다. 가정이 교회의 모습이 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어머니’입니다. 교회가 신자들을 그리스도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어머니는 자녀들을 아버지와 연결해줍니다. 그런데 그리스도교 가정보다 오히려 유다교 전통을 따르는 가정이 교회의 모습에 더 가깝습니다. 유다교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유다 어머니는 가정에서 아버지의 권위를 세워주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합니다. 이 때문에 아이가 유다 자녀가 되는 조건은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가 유다인이어야 합니다. 유다인의 가정에는 거실의 소파나 식탁의 의자에 아버지만의 자리가 항상 존재합니다. 어머니가 마련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출장으로 몇 개월씩 집을 비워도 그 자리에 자녀가 앉을 수는 없습니다. 유다인에게 있어 아버지의 권위는 하느님으로부터 내려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곧 한 가정의 사제입니다. 교회에서 교황이나 주교, 혹은 사제들의 권위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스도의 권위가 무너진 교회는 버틸 수 없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대리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들을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여기게 만드는 중간역할이 중요합니다. 유다인 가정에서는 이 역할을 어머니가 하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모든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시고 아내의 머리는 남편이며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여러분이 알기를 바랍니다”(1코린 11,3)라고 말하며,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 가정에서 순차적으로 재현되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유다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모르는 것은 아버지에게 물어보아라. 그리고 아버지가 모르면 랍비에게 물어라”라고 가르칩니다. 이로써 자녀는 어머니를 통해 아버지를 한 가정의 사제로 여기는 교육을 받습니다. 그럼으로써 자연적으로 신앙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교회도 그렇지만 가정도 하느님께서 만드신 작은 당신 나라임을 믿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도 가정을 다시 교회의 모습으로 회복해야 합니다. 가정이 교회로 나아가기 위한 신앙교육의 장이 되게 합시다. [가톨릭신문, 2022년 2월 20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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