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60.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 544항)
진보 · 보수는 세속적 기준… 삶의 중심에는 복음 있어야 마리아: 신부님, 영성은 무슨 뜻인가요? 베드로: 그냥 착하게 사는 게 영성 아닌가요? 라파엘: 유튜브에 보니깐 마음 공부를 하면 배울 수 있대요! 비신자: 천주교만의 용어가 아닙니다. 불교나 이슬람, 뉴에이지에도 영성이 있어요. 미카엘: 영적지능이란(spiritual quality) 용어도 있던데요? 스텔라: 좀 막연하지만 구체적으로 신앙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삶이 아닐까요? 이 신부: 함께 이야기해 봐요! 영성=복음 영성이란 무엇입니까?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우리가 정작 잘 모르는 단어일지 모릅니다. 영성이란 말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신령한 것’이고 영성생활은 ‘감각적인 것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분, 즉 하느님을 찾는 신앙생활’로 풀이됩니다. 영성은 신앙인이 걷는 삶의 길이자 자세이며 하느님을 믿고 사랑하려는 의지와 노력의 결실로 우리 안에 형성되는 내적 선물이기도 합니다. 또한 다양한 삶의 길이 있듯, 하느님께로 이르는 다양한 영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영성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바로 복음입니다. 복음은 기쁜 소식이며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일러 주신 삶의 방법입니다. 개인의 일상과 사회에서 영성이 피어나야 하고 사회교리 역시 복음과 영성을 바탕으로 선포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활동은 영성 또는 하느님과 깊이 결합될 때 그 깊은 의미가 발현되기 때문입니다. 사회교리의 바탕인 복음과 영성 베네딕토 성인의 유명한 말씀인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 들어 보셨습니까? 이 둘을 함께 강조한 이유는 뭘까요? 기도라는 영성적 요소가 인간 활동에 활기를 불어넣고 깊은 의미를 완성하기 때문입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66항)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인간과 노동의 상품화 경향에 맞서 영성이 담긴 노동 윤리의 틀을 마련했습니다.(회칙 「노동하는 인간」) 프란치스코 교황도 회칙 「찬미 받으소서」를 통해 공동의 집에 닥친 심각한 생태환경 위기 극복은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되며 이를 위해 자연생태계 보존, 영적·생태적 회심이 실천돼야 한다고 촉구하셨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진보냐 보수냐라는 세속적 기준이 아니라 언제나 복음을 삶의 중심에 두며 세상 속에 복음의 결실이 맺어지도록 노력합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태 16,15) 봄과 새 학기가 시작됐고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됐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갈등과 대립을 넘어 미래 지향적 통합과 협력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습니다. 진정한 상생과 평화를 위해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삶의 길은 용서와 화해이고, 그것이 바로 복음과 영성의 실천입니다. 우리는 주님으로 고백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 주신 용서와 화해를 본받아야 합니다. 그런 우리의 작은 노력이 나의 삶과 세상을 바꾸는 소중한 밀알이 됩니다. “영성은 예수님의 성령을 따라 세상을 건설하게 하며, 사람들이 역사와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역사를 초월해 볼 수 있게 하고, 자기 형제자매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하느님께 대한 열정적 사랑을 기르게 하며, 주님께서 그들을 바라보시듯 그들을 바라보고 주님께서 그들을 사랑하시듯 그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준다.”(「간추린 사회교리」 544항) [가톨릭신문, 2022년 3월 20일,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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