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62.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394항)
차기 정부의 노동 해법은 노사 간 대화 위한 노력부터 비신자1: 노동시간 규제 완화된대요! 맘껏 일하고 돈도 많이 벌면 돼요! 다니엘: 주당 52시간제인 지금도 초과근무수당조차 지급이 안 되는 사업장도 많아요. 미카엘: 장시간 노동 문화를 조장하고 건강권을 해칠 수도 있어요. 비신자2: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따질 겨를이 없어요.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해요! 라파엘: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은 한국에서 피고용인들이 불리한 경우가 많아요. 비신자2: 그렇군요. 자율화가 자칫 어느 한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어요. 다니엘: 함께 머리를 맞대 노사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해요! 노동하는 우리! 시절이 뒤숭숭하다 보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음)을 떠올리게 하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노동 이야기입니다. 노동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일자리와 수입, 여가, 가족의 생계, 일터와 집의 거리에 따른 주거 문제 등 일상의 모든 것이 노동과 연관됩니다. 고령에도 일을 해야 하는 어르신들의 모습과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죽어라 맞벌이해도 생활비나 부모님 병원비 대기도 벅차다는 하소연들, 늦은 나이에 새로운 직능을 배우기 위해 고시생처럼 노력하는 주변의 이야기는 노동과 관련됩니다. 사견입니다만, 평일 저녁 명동에서 늦은 시간까지 성서 강의를 듣고 다음 날 아침 새벽에 출근하는 신자들을 보면 마음이 애잔합니다. 접근의 차이, 협의 과정의 부재 10년 전 정부는 소위 노동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기업의 고용부담을 덜고, 노동시장 유연화와 성과 및 직무 중심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쉬운 해고와 다름없는 노동유연화 정책만 강조됐을 뿐 중소기업 육성이나 사회안전망 구축과 같은 분야는 소홀하게 취급됐습니다. 5년 전 현 정부는 전(前) 정부의 노동개혁 지침 폐기를 시작으로 소득주도 성장 중심의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반발과 정규직의 공공성 논란, 노노갈등으로 이어졌고, 오히려 고용 위축과 소득격차 확대를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일자리가 더 많이 양산되고 말았습니다. 두 정부 모두 노동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랐고 아쉬운 결과를 초래했는데 그 안에서 노사 간 합의를 이루는 과정도 매우 아쉬웠습니다. 대화와 타협을 위한 노력 차기 정부의 노동 해법은 ‘사용자에 대한 규제 완화’와 ‘일자리 창출’, ‘직업교육확대’로 보입니다. 하지만 고용확대를 위한 산업육성의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며, 기업활동 촉진 속에서 비정규직, 단기 노동자, 열악한 환경의 노동실태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기업활동을 장려하고 노동권을 수호해야 하는 정부는 때로는 감시감독을, 때로는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노사 당사자 간 대화와 협의의 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앞선 두 정부가 실패했던 노사 간 대화가 국정수행 기간 내내 이뤄져야 합니다. 차기 정부의 국민통합은 독단적으로 관철시키려는 유혹과 편파성을 벗어나 원칙과 제도 안에서 대화와 타협을 위한 노력으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정치 권위는 개인과 집단의 자유로운 활동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자유를 통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며, 공동선의 달성을 위하여 개인과 사회 주체들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보호함으로써 질서 있고 올바른 공동체 생활을 보장하여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94항. [가톨릭신문, 2022년 4월 3일,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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