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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15: 예수님은 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을까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5-01 조회수2,302 추천수0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15) 예수님은 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을까요?

 

 

부활은 항상 십자가 죽음과 함께 바라봐야 합니다. 예수님은 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을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 죄를 대신하여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침으로써 인간을 하느님과 화해시킨 것입니다. 구약 시대에는 대사제가 백성 전체를 대표해 짐승의 피와 속죄 예식을 봉헌함으로써 하느님 백성은 죄를 용서받았습니다. 그런데 신약 시대에는 예수님의 십자가라는 새로운 성전을 통해 새로운 예배와 참된 속죄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피를 봉헌하시어, 단 한 번의 희생 제사를 통해 모든 인간의 죄를 대속(代贖, 남의 죄를 대신해 속죄하거나 대가를 치르고 풀려나게 하는 것)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화해(=속죄)와 구원을 의미하고, 인간의 죄 때문에 어그러진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화해시키며, 영원한 삶의 길을 열어 주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통해 인간의 정화,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 구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어떤 이들은 십자가 죽음의 대속적 의미 대신 여러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이유를 들어 십자가 죽음의 의미를 설명하고자 하는데, 숙고할 가치는 충분하지만, 대속적 의미보다 더 나은 해석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신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인간에게 올바른 삶의 길을 가르쳐주시기 위함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죄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 했고, 죽음이라는 절망의 상황에 마주해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고통과 죽음을 이겨내는 길을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하느님 말씀을 가슴에 품고, 당신을 따르라 하십니다. 이 길은 힘들고 어렵지만, 갈 수 있는 길이고 가야 하는 길입니다. 이 길은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을 따라가는 길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십자가가 바로 구원의 장소이고, 방법이며,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길이라고 가르칩니다. 각자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일입니다. 나에게 십자가란 어떤 것일까요? 사람마다 다릅니다.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자식이 십자가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부모가 그럴 수 있으며, 자신의 현실이나 미래일 수도 있고, 자신의 능력이나 외모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무겁고 피하고 싶은 십자가를 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모든 답은 예수님에게 있습니다. 예수님처럼 하느님과 기도하고 일치하고, 하느님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우리를 절망적인 상황으로 이끌곤 합니다. 우리 삶이 더는 희망이 없어 보일 때도 있습니다. 영어에 ‘nowhere’(더이상 아무것도 없는)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셨을 때 사람들이 느낀 절망감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절망 안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십니다. 예수님을 통해 이 단어는 ‘now’+‘here’가 될 수 있습니다.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신앙인들이 바라봐야 할 희망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십자가 안에서 삶의 의미를 묵상하고 발견하며 부활을 준비합니다.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1코린 1,23-24)

 

[2022년 5월 1일 부활 제3주일(생명 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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