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1) 삼위일체
‘3=1’이 성립되는 신비 - 삼위일체는 하느님께서 당신 존재를 계시하신 신비이며 거룩한 표징이다. 마사초,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프레스코, 1426~1428, 산타 마리아 노벨라 대성전, 피렌체, 이탈리아.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마음을 본다.”(1사무 16,7)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인간의 눈에 보이는 ‘거룩한 표징’을 통해 당신을 드러내신다. 그중 가장 거룩하며 대표적인 표징이 바로 강생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이 진리를 알면서도 안타깝게도 우리는 더 감각적인 것, 더 자극적인 것을 쫓아 하느님께서 드러내 보여주신 ‘거룩한 표징’을 잊고 산다. 아울러 그에 대한 감각도 무뎌졌다. 참생명의 길로 이끌어 주는 성경을 읽을 때도, 생명의 샘터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도, 홀로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할 때도 ‘거룩한 표징’에 대한 감각이 둔감해져 형식적인 몸짓만 한다. 교회는 전례를 통해 공적으로 드러나는 거룩한 표징을 ‘성사’라고 한다. 교회는 늘 일상에서 거룩함을 추구하라고 그리스도인들에게 권고해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성덕”이라고 했다. 성덕은 이웃을 향해 하느님을 눈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거룩한 표징’이다. 행동거지를 보고 사람됨을 알 수 있듯, 일상에서 드러나는 신앙의 삶을 보고 성덕과 영성을 가늠할 수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일상이 하느님을 선포하고 드러내는 거룩한 표징이 될 수 있도록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을 연재한다. 성경과 전례, 기도, 교회의 성미술 안에 숨어있는 거룩한 표징의 의미들을 살펴보고, 모든 그리스도인이 일상에서 거룩함을 추구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함이다. ‘3=1’, ‘1=3’. ‘3은 1과 같다’, ‘1은 3이다’는 이 등식은 그리스도교 안에서만 성립되는 연산이다. 인간이 쓰는 어떤 수학 공식에도 허용되지 않는 그리스도교만이 갖는 등식이다. 그래서 교회는 이를 ‘신비’라고 부른다. 이 신비는 하느님 안에 감추어져 있으며, 하느님께서 계시하시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 신비라고 고백하는 이 등식의 이름은 우리말로 ‘삼위일체’, 라틴말로 ‘Trinitas’(트리니타스), 영어로 ‘Trinity’(트리니티)라고 한다. 삼위일체는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아울러 삼위일체는 하느님 자신에 관한 신비를 드러내는 거룩한 표징이다. 삼위일체는 ‘하느님께서는 한 분이시나 세 위격으로 계시는 분이시다’라는 뜻이다. 이 세 위격의 이름은 바로 ‘성부’(아버지 하느님), ‘성자’(외아들 예수 그리스도), ‘성령’(거룩한 영)이시다. 교회는 ‘하느님의 세 위격은 실제로 서로 구분되지만, 오직 하나의 본성, 하나의 실체이시다’라고 고백한다. “영원하시며, 무한하고 불변하시며, 불가해하고 전능하시며, 말로 표현할 수 없으신 참하느님, 성부, 성자, 성령께서는 한 분이시며, 삼위이시나 순전히 하나의 본질, 하나의 실체, 하나의 본성을 지니신 분이심을 우리는 확고하게 믿으며 명백하게 고백한다.”(제4차 라테라노 공의회, ‘가톨릭 신앙에 대하여’) 삼위일체 신비는 가톨릭교회 신앙의 원천이며 근본이고, 본질이다. 이 신비를 믿어야만 그 밖의 주요한 교회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고, 신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세 위격으로 계시다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자 참하느님이시며, 성부로부터 파견되셨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 그래서 교회는 “구원의 역사는 바로 성부, 성자, 성령이신 참되고 유일한 하느님께서 당신을 알리시고, 죄에서 돌아서는 인간들과 화해하시고, 그들을 당신과 결합시키시려는 길과 방법의 역사이지 그 밖에 다른 것이 아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34항)라고 고백한다. 삼위일체 하느님께 대한 거룩한 표징은 성경에 계시되어 있다. 구약 성경에는 하느님께 세 위격이 계시다는 말은 없지만, 하느님께 구별되는 위격들이 계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창세 1,26 참조) 삼위일체 신비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분명하게 드러난 거룩한 표징이다. 하느님께 대한 유다인의 신앙으로도 접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삼위일체’이다.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만찬 자리에서 삼위일체 위격에 대해 제자들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성자이신 당신은 성부께 보냄을 받으신 분이시며, 당신이 성부께 청을 드려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요한 14,16)라고 하시며 성령 강림을 약속하셨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마태 28,19) 세례를 주라고 명하셨다. 이에 교회는 예수님께서 “한 처음에 계셨으며,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이신 말씀(요한 1,1)이시며,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콜로 1,15)이시고,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신 분(히브 1,3)이시라고 고백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40항)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는 드러나는 활동을 공동으로 하시나 특정한 영역에서는 성부, 성자와 성령의 일을 나누기도 하신다. 성부께서는 천지를 창조하시고 성자를 지상에 보내시어 인류를 구원하도록 하신다. 또한, 교회를 세우시어 성령께서 보호하고 인도하여 사람들을 성화시켜 구원으로 이끄신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5월 15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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