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19) 신앙은 성모님처럼! 마리아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예수님을 잉태한 후 친척 엘리사벳을 방문합니다. 마리아를 만난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의심하지 않았고, 본인 경험에 근거해 하느님의 개입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된 분이라고 축복의 말을 전합니다.(루카 1,42 참조) 하느님 구원 계획이 극적으로 이뤄지는 시점에 두 여인의 적극적인 응답과 협력은 우리가 믿고 있는 신앙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 줍니다. 신앙이란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수난 전날 밤 예수님께서 기도하셨던 것처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도 하느님 말씀이라면, 하느님 뜻이 분명하다면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이 신앙입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잉태하리라는 천사의 말에 몹시 놀랐고, 두려워하였으며,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복음서는 전하고 있습니다.(루카 1,29-30) 그래서 마음속으로 “곰곰이 생각하였다.”(루카 1,29)라고 전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도할 시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느님 말씀이 분명하다면, 하느님의 뜻이 분명하다면 “예!”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신앙입니다.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주님 탄생 예고(=수태고지, 성모영보)를 들으셨을 때 성모님은 가난하고 비천한 종이라 고백하셨습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방법, 하느님 은총을 가득히 받는 방법이 바로 이렇습니다. 하느님 말씀 앞에서 겸손하게 순종, 순명하는 것입니다. 구약의 아브라함이 믿음을 통해 하느님의 선택과 약속을 받게 된 것처럼, 마리아도 믿음을 통해 예수님을 받아들였습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이 말씀은 예수님 탄생 의미가 무엇인지 밝혀 주고, 동시에 마리아와 믿는 이들의 미래가 어떠할지 알려줍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하시는’(Immanu) ‘하느님’(El)이십니다. 인간과 함께하시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은 구약에서도 하느님의 사명을 부여받은 이들에게 내려주신 말씀입니다.(판관 6,12; 1역대 22,11.16 참조) 마리아를 통해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확약하십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이는 마리아의 응답이었고, 동시에 믿는 이들과 교회의 응답이어야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주님 탄생 예고 중에 이루어진 마리아의 “예!”를 설명하며 구약의 하와와 신약의 마리아, 죄와 구원, 불순종과 순종, 죄와 자유의 관계를 비교하면서 인류 역사 안에서 마리아의 탁월함을 이야기합니다.(「교회헌장」 56항 참조) 마리아를 통해 이루어진 구세주 탄생 사건의 주인공은 당연히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한 처녀를 선택하셔서, 어머니가 되게 하시고, 그 여종을 모든 이들의 어머니가 되게 하셨습니다. 은총이 무엇이고 구원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에서 마리아는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줍니다. 하느님의 계획과 은총에 마리아처럼 신앙적으로 순종해야 합니다. 구원은 하느님께 비롯되는 것이고 하느님께서 당신 혼자서도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으시지만, 인간이 순응하고 협력한다면 우리는 은총을 체험하고 구원에 이를 수 있습니다. [2022년 5월 29일(다해)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청소년 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