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72. 향주덕: 믿음과 희망과 사랑 ② (「가톨릭 교회 교리서」1822~1829항)
사랑은 공동체를 위해 각자 내야 하는 세금과 같다 tvN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옥효진 초등학교 선생님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옥 선생은 자신의 반을 하나의 국가로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대통령이고 아이들은 국민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과 먹거리를 책임져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은 국가를 위해 의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이 학급에서도 아이들은 경찰, 은행원, 국세청장, 급식 도우미 등 다양한 직업을 선택합니다. 직업에 따라 월급이 다릅니다. 월급이 있어야 ‘세금’을 낼 수 있습니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 앉을 자리를 받지 못합니다. 진행자 유재석씨는 옥 선생에게 혹시 아이들이 싫어하지 않느냐고 조심스레 물어봅니다.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런 아이들은 없었다고 합니다. 세금을 내지 않는 불법 체류자가 더 행복할까요, 아니면 세금을 내며 그 나라 시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끼는 사람이 더 행복할까요? 모든 법은 공동체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사람이 모인 모든 곳에는 법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법은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공동체 유지를 위해 맡겨진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법들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말로 집약됩니다. 그래서 사랑은 “율법의 완성”(1824)입니다. 이 율법은 하느님 나라 공동체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이웃 사랑의 의무를 규정합니다. 모기나 기생충은 공동체를 위해 법을 지킬 의무가 없습니다. 어차피 공동체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리 생활하는 고등동물은 다릅니다. 해리 할로우 박사는 원숭이가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격리해 보았습니다. 그 원숭이는 커서 무리에 속할 수 없었습니다. 인간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거의 20년을 부모와 학교에서 배웁니다. 인간도 사랑을 배우지 못하면 외톨이가 되거나 범죄자가 되어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사랑은 그래서 공동체를 위해 각자가 내야 하는 세금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세금의 양이 많을수록 그 공동체는 더 행복합니다.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공동체가 ‘가족’입니다. 가족의 모든 구성원은 그 가족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가진 것의 거의 100%를 바칩니다. 이렇게 사랑이 가족 공동체를 “완전하게 묶어주는 끈”(콜로 3,14)이 됩니다. 그런데 가족보다 사랑의 의무가 더 강조되는 공동체가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이 지배하는 공동체입니다. 이 사랑의 의무는 그 공동체에 속했다는 기쁨으로 우리가 기꺼이 수행해야 할 의무입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아버지의 폭력과 학교 폭력으로 어디서도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살며 인류에 속해 있음을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말합니다. “저는 돈 버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아닌 어떻게 하면 인류의 미래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만 생각합니다.” 아담과 하와는 어땠을까요? 에덴동산을 위해 의무를 수행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세금도 내지 않았습니다. 이 사랑의 의무를 수행하지 못했기에 그곳에 살 자격을 잃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 자녀로 인정해주셨습니다. 이것이 기쁘면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요한 15,10)이라고 하십니다. [가톨릭신문, 2022년 6월 12일,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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