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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178: 인간과 사회(1877~1896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7-25 조회수1,320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78. 인간과 사회(「가톨릭 교회 교리서」 1877~1896항)


교회 공동체 안에서만 인간성의 완성 이룰 수 있다

 

 

1928년 미국의 한 부둣가에서 한 남자가 산책하던 중 바다에 빠졌습니다. 친구들이 달려왔을 때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사고지점 불과 몇 미터 거리에서 도와 달라는 소리를 듣고도 방관하며 일광욕을 즐기던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가족은 그 사람이 도와주었으면 자녀가 살 수 있었다며 그를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도와주어야 할 의무를 규정하는 법이 없었던 것입니다.

 

가톨릭 국가라고 볼 수 있는 프랑스에는 ‘착한 사마리아인법’이 있습니다.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구해주어도 자신이나 제삼자에게 위험이 없는데도 도와주지 않는 자는 징역과 벌금을 물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이 법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인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 때문에 통과를 못 시키고 있습니다.

 

교리서는 “인간은 자기 본성에 적합하게 발전하기 위해서 사회생활이 필요하다”(1891)라고 가르칩니다. 인간 본성은 사회생활을 통해서만 발전하고 완성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회의 결속력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 때는 그런 사회에 속해 있어도 인간성은 발전하지 못합니다. 더 높은 사랑의 수준으로 결속된 사회에 속해야만 더 완전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모이는 본성이 있습니다. 모기 ‘떼’는 먹이가 있는 곳으로 모이고, 원숭이는 자기 이익을 위해 ‘무리’를 형성합니다. 인간은 가족과 같은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그 목적은 공동체 자체에 있습니다. 다 생존을 위해 모이는 것입니다. 인간도 공동체 안에서 사랑하고 사랑받지 못하면 살아갈 의욕을 잃습니다.

 

사람이 물에 빠졌어도 도와주지 않는 사람은 아직 모기 ‘떼’의 수준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자기 형제나 부모였으면 도와주었을 것입니다. 만약 회사와 같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모인다면 원숭이 ‘무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가정은 가정의 유지를 위해 각자가 커다란 희생을 합니다. 각자가 속한 공동체를 유지하는 사랑의 법 테두리 안에서 딱 그만큼만 사랑을 배우고 인간성이 완성됩니다.

 

인간이 늑대에게 자라면 늑대 수준의 사랑밖에 못 하고 늑대 무리에서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원숭이는 원숭이 무리보다 더 완전한 사랑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가정보다 더 완전한 사랑의 공동체, 곧 ‘교회 공동체’에 머물 수 있습니다. 이 공동체에 정신적, 도덕적으로 끊임없는 내적 회개를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교회 안에서는 ‘착한 사마리아인법’이 적용됩니다.

 

예수님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루카 10,29)라고 묻는 율법학자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라고 명령하십니다. 권고가 아닌 법입니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교회에 머물 수 없습니다. 그러니 가장 완전한 사랑의 법이 존재하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만 인간성의 완성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끊임없는 내적 회개”(1888)를 통해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길”(1889)로 나아갑니다. 이것이 교회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톨릭신문, 2022년 7월 24일,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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