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영상교리] (15) 전례 주년
일 년 주기로 하느님 구원 경륜 기념 대림 시기, 성탄, 사순 시기, 성주간, 부활 시기, 연중 시기…. 신앙생활을 하면서 다들 여러 번씩 들어보셨을 말인데요. 이런 것을 통틀어 무엇이라고 할까요? 네! 맞습니다, 전례 주년. 일 년이라는 시간 안에 펼쳐놓은 거룩한 전례의 주기, 혹은 시간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하느님의 거룩한 구원사업을 1년이라는 인간의 시간 안에서 만나고, 기념하고, 묵상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1년이라는 인간의 시간으로 하느님의 구원 사업을 기념하는 전례주년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요? 대림 시기를 시작으로 일 년 주기로 이뤄져 전례주년은 언제나 주님 성탄 대축일과 주님 부활 대축일을 큰 축으로 하여 이뤄집니다. 그리고 주님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 시기로 한 해를 시작합니다. 대림 시기는 인류 구원을 위한 구세주 탄생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4주간의 대림 시기를 지내고 나면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는데요. 이날은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날입니다. 이어 주님 공현 대축일과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고 나면 교회는 연중 시기로 들어갑니다. 이 기간에는 그리스도 신비의 특별한 부분을 경축하지 않고, 주일을 중심으로 그리스도의 공생활 신비 전체를 기념하고 묵상합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은 12월 25일로 정해져 있지만 주님 부활 대축일은 날짜가 정해져 있지 않고 매년 달라지는데요, 거기에는 정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곧 춘분이 지나고 첫 보름달이 뜬 다음 주일을 주님 부활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부활 대축일 날짜가 정해지면 그 이전의 40일을 인류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희생과 수난을 묵상하며 회개하고 속죄하는 기간인 사순 시기로 지냅니다. 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로 시작해서 성주간으로 마치는데요. 주님의 수난과 돌아가심과 묻히심과 부활을 기념하는 성주간에 파스카 성삼일을 맞이합니다. 주님 만찬 성목요일에는 성체성사의 제정을 기념하고,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성토요일에는 주님의 무덤 옆에 머무르며 주님의 부활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주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것을 기념하는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합니다. 우리 주님이 되살아나신 최고의 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뒤 성령을 보내주시겠다는 약속을 하셨는데요. 성령께서 제자들에게 내려오신 날을 성령 강림 대축일로 지내면서 그 사이 기간을 특별히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는 부활 시기로 지냅니다. 성령 강림과 함께 교회 공동체가 생겨났고 그래서 교회는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순례 여정을 가면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합니다. 이처럼 전례주년은 대림 시기를 시작으로 성탄과 사순과 부활을 거쳐 연중 시기에 이르기까지 일 년을 주기로 하느님의 구원 경륜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이렇게 일 년을 주기로 전례주년을 지내는 것은 단지 하느님께서 인류 역사에서 이룩하신 놀라운 구원을 경축하고 기념하는 데만 있지는 않습니다. 전례력, 곧 교회 달력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구원 경륜을 되새겨주며 하느님 자녀로서 보다 충실히 살아갈 것을 일깨워주는 신앙의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례주년에 맞춰 성당의 장식과 사제의 제의 색깔이 바뀌고, 전례의 경문도 변하며, 성경 독서도 가해, 나해, 다해로 돌아가면서 달라집니다. 대축일, 축일, 기념일 그리고 성월 또한 전례주년, 달리 말해 전례력, 곧 교회 달력은 오래전부터 작은 부활 축일로 여겨온 주일은 물론이고 날마다 그리스도의 신비를 기념하는데요. 그 중요도에 따라 대축일, 축일, 기념일로 구분하고 미사와 시간 전례로써 거룩하게 지냅니다. 축일 중에는 특별히 모든 신자가 미사에 참여해야 하는 의무 축일이 있는데요. 지역 교회 사정에 따라 그 수를 조정할 순 있지만, 한국 교회는 현재 모든 주일과 함께 주님 성탄 대축일(12월 25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1월 1일),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을 의무 축일로 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전례주년에 따라서는 신자들이 특별히 지키고 실천해야 할 것들도 있는데요. 예컨대 사순 시기의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에는 금식을 해야 하고, 일 년에 적어도 한 번 부활 시기에는 고해성사를 받고 영성체를 해야 합니다. 그밖에 일 년 중 특정 달을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 또는 성인께 봉헌하고 특별한 전구와 은혜를 청하며 기도하고 신심 행사를 갖는 ‘성월’도 있는데요. 한국 교회가 정한 성월로는 3월 성 요셉 성월, 5월 성모 성월, 6월 예수 성심 성월, 9월 순교자 성월, 10월 묵주기도 성월, 11월 위령 성월이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교회가 정한 전례주년에 따라 신앙생활을 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사업, 즉 하느님의 일을 기억하고 또 참여하게 되는데요. 그 각각의 의미를 충분히 살펴보고 묵상하면서 보낸다면 우리 신앙생활의 맛과 감동은 더욱 커지지 않을까 합니다. ▶ 가톨릭 영상교리 보기 https://youtu.be/sfkuMEprCt0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7월 2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