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29) 그리스도교의 중심은 무엇일까요? ‘개신교는 말씀 중심, 가톨릭은 성사 중심’, 맞는 말인가요?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가톨릭은 물론 모든 그리스도교는 ‘하느님 말씀’이 중심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하느님 말씀’은 성경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2천 년 전 마리아의 아들로 태어난 예수님이 그리스도, 메시아,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라 믿는 것이 그리스도교입니다. ‘예수’는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신 분’(요한 1,14 참조)입니다. 하느님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성경=하느님 말씀’이 아니고, ‘성경=하느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증언하는 책’입니다. 성경을 하느님 말씀과 동일시하는 것은 일부 개신교의 주장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계시헌장」 제목은 ‘하느님의 말씀’(Dei Verbum)입니다. 이 문헌은 계시의 본질과 내용에 대해 다루는데, 계시의 본질과 내용을 하느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시킵니다. 계시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알려주신 하느님 신비이고, 이 신비는 성경과 성전(聖傳, 성스러운 전통, 전승)에 제시됩니다. 기록으로 전달된 계시인 성경과 기록되지 않고 전달된 계시인 성전의 주체이자 결론은 ‘하느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모든 계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었고, 교회를 통해 그리스도의 현존은 지속되기에, 그리스도 재림 이전에 “어떠한 새로운 공적 계시도 바라지 말아야 한다.”(「계시헌장」 4항)고 가르칩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 이것을 두 글자로 ‘복음’(福音)이라 하고, 복음을 기록한 책을 복음서라 합니다. 초기 교회는 당시 ‘복음서’라는 이름으로 쓰여졌던 수많은 책 중 오직 네 권만을 ‘4복음서’로 인정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복음서와 신약의 여러 책에 ‘기록된 것’도 있지만, ‘기록되지 않은 것’도 있는데, 이는 예수님과 함께 했던 사도들의 실제 목격 증언을 통해, 교회를 통해 전달되었습니다. 따라서 하느님 말씀이신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은 기록된 계시인 성경과 기록되지 않은 계시인 성전을 통해 전달됩니다. 하느님 말씀은 성경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이분의 현존은 성경과 성전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성경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 말씀을 증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직 성경만으로(sola scriptura)’를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개신교적 주장인데, 이런 주장이 가톨릭교회 내에도 많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성경은 구원의 진리를 담고 있고, 하느님 계시를 충실히 전달하고 있지만, 글자로 된 성경은 해석이 필요합니다. 성경은 살아있는 교회의 신앙인 성전을 통해 살아있는 말씀으로 우리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은 아무나 해석하고, 뜻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신 하느님의 말씀은 교회를 통해 사도들의 후계자들에게 전달되었기에, 그 후계자들, 즉 교회 교도권이 성령의 빛을 받아 그 말씀을 충실하게 보존하고 올바르게 해설하며 온 세상에 전파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그리스도교의 중심=하느님 말씀=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교회의 성경과 성전을 통해 알게 되고, 믿게 됩니다. [2022년 9월 11일(다해) 연중 제24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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