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34) 구약과 신약의 연결 – 엘리사벳과 마리아 마리아는 예수님 잉태 후 친척 엘리사벳을 방문합니다. 마리아를 만난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의심하지 않았고, 본인 경험에 근거해 하느님의 개입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된 분이라는 축복의 말을 전합니다.(루카 1,42 참조)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 중에 태중의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의 만남도 이루어집니다. 요한의 사명은 하느님 백성이 주님을 맞이하도록 준비시키는 선구자 역할입니다. 두 여인의 만남을 통해 선구자와 메시아의 만남, 주님의 백성과 주님의 만남이 시작됩니다. 엘리사벳은 메시아를 기다리는 구약의 옛 하느님 백성을 상징합니다. 엘리사벳과 요한을 통해 옛 하느님 백성은 새 하느님 백성으로 연결됩니다. 마리아는 새 하느님 백성의 시작을 알립니다. 마리아의 잉태와 출산은 새로운 계약의 시작점을 의미합니다. 신앙이란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잉태하리라는 천사의 말에 몹시 놀랐고, 두려워하였으며,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복음서는 전하고 있습니다.(루카 1,29-30 참조) 그래서 마음 속으로 “곰곰이 생각하였”(루카 1,29)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도할 시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이 분명하다면 “예!” 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이사 7,14) 구약의 예언자를 통해 주어진 구원 약속이 신약의 마리아를 통해 성취됩니다. 예언이 실현되고, 구원의 새 시대가 시작됩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이 말씀은 예수님 탄생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혀 주는 것이고, 동시에 마리아의 미래와 믿는 이들의 미래가 어떠할지 알려줍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하시는’(Immanu) ‘하느님’(El)이십니다. 인간과 함께하시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은 구약에서도 하느님의 사명을 부여받은 이들에게 내려주신 말씀입니다.(판관 6,12; 1역대 22,11.16 참조) 마리아를 통해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리라고 확약하십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이는 마리아의 응답이었고, 동시에 믿는 이들과 교회의 응답이어야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주님 탄생 예고 중에 이루어진 마리아의 “예!”를 설명하면서, 구약의 하와와 신약의 마리아, 죄와 구원, 불순종과 순종, 죄와 자유의 관계를 비교하면서 인류 전체의 역사 안에서 마리아의 탁월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교회헌장」 56항 참조) 하느님께서는 한 처녀를 선택하셔서 어머니가 되게 하시고, 그 여종을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게 하셨습니다. 은총이 무엇이고 구원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에서 마리아는 우리에게 중요한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계획과 은총에 마리아처럼 신앙적으로 순종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혼자서도 모든 것을 다 이루실 수 있지만, 그분의 구원 계획에 인간이 순응하고 협력한다면 우리는 은총을 체험하고 구원에 이를 수 있습니다. Homo proponit, Deus disponit!(진인사 대천명) [2022년 10월 16일(다해) 연중 제29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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