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93. 첫째 계명 ④ (「가톨릭교회 교리서」 2110~2128항)
우리는 언제 하느님을 믿어도 우상 숭배자가 되는가? 1994년 박모씨가 자신이 요구하는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를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질러 사고사로 위장하려 하였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와 비슷한 일을 신앙인이 하느님을 향하여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경계해야 할 ‘우상 숭배’입니다. 십계명의 “첫째 계명은 자신을 당신 백성에게 드러내신 유일하신 주님 외에 다른 신들을 공경하는 것을 금합니다.”(2110) 여기서 말하는 신이란 자신의 창조자입니다. 창조하였으면 유지할 능력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었으면 그것을 고치고 또 새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신을 섬긴다는 말은 자신의 생존을 자신의 창조자인 신에게 의탁한다는 뜻이 됩니다. 반면 우상 숭배자는 “하느님보다는 다른 어떤 것에 하느님이라는 불멸의 개념을 부여하는 자”(2114)입니다. 미신을 섬기고 점을 치는 것은 유일한 창조자를 인정하지 않는 우상 숭배입니다. 가장 위험한 일이 박씨 같은 경우입니다. 박씨는 부모보다 부모의 재산을 자기 생존을 위해 더 중요한 것으로 믿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을 파라오 종살이에서 구해주신 하느님을 ‘금송아지’로 만들었습니다.(탈출 32장 참조) 그들이 하느님을 거부한 것은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도 하느님을 소로 만들고 하느님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대상으로 여겼습니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자신에게 절을 하면 세상 권세와 영광을 주겠다는 사탄에게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루카 4,8)라는 성경 말씀으로 유혹을 이기십니다. 예수님은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24)라고 하십니다.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과 부모의 재산을 동시에 사랑할 수 없는 것처럼 하느님과 하느님께서 주실 수 있는 것을 동시에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가장 위험한 우상 숭배는 하느님이 아닌 하느님께서 주실 수 있는 돈을 더 좋아하는 마음입니다. 이때 하느님은 여물을 먹으며 밭을 갈아야 하는 소처럼 취급당하십니다. 사도행전엔 마술사 시몬이 하느님의 선물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도 생각하여 성직을 매매한 사건도 있었습니다.(2121 참조) 돈을 신격화하고 절대화할 때 하느님을 인정하더라도 우상 숭배자가 됩니다.(2113 참조) 이와 비슷하게 하느님을 인정하지 않게 되는 우상 숭배는 ‘무신론’입니다. 무신론은 하느님이 아닌 자기 자신과 자기주장을 믿는 종교입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는 자기 자신이므로 어떤 존재에게도 자기 생존을 의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자아 숭배교’입니다.(2124 참조) 이와 비슷한 우상 숭배는 ‘불가지론’이 있습니다. 자기를 창조한 이가 존재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하느님 존재에 대한 의사를 표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창조자가 아닌 다른 것들을 섬기기 위한 핑계입니다. 이것을 흔히 “실천적 무신론”(2128)이라 부릅니다. 신을 섬기는 이유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함입니다. 나를 창조하신 분 외에는 자기 생명 유지를 위해 다른 어떤 것에도 의탁하지 말고 나를 창조해주신 분만 있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주님을 섬겨야 합니다. 성녀 데레사는 주님만으로 충분하다고 하였습니다.(Solo Dios basta) 그분이 주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분만을 청해야 우상 숭배자가 안 됩니다. [가톨릭신문, 2022년 11월 20일,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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