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41) 회개 =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 신자가 많지 않던 시절, 사제가 신자들 신앙생활의 공과 과를 판단하기 위해 교리, 신앙, 고해성사 등을 점검하는 것이 ‘판공(判功)성사’였는데, 오늘날엔 부활 대축일과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모든 신자가 고해성사를 하도록 마련한 시기를 판공성사라 합니다. 교회법상 모든 신자는 적어도 일 년에 한 번 이상 고해성사와 성체를 영하는 것이 의무입니다. 간혹 신자들이 모인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죄를 고백하지 않고 간단한 참회 예식 후 모든 이의 죄를 용서해 주는 ‘일괄사죄’가 있는데, 이는 전쟁 등 급박한 경우만 가능하고, 코로나19 같은 특별 상황에서도 함부로 활용될 수 없으며, 반드시 주교 승인 후 가능합니다. 고해(告解)성사란 세례 이후 지은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는 성사입니다. 회개의 성사, 화해의 성사라 합니다. 이전에 ‘고백성사’라 했는데, 죄 고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표현이었고, 지금은 참회와 화해의 의미를 강조하기에 고해성사라 합니다.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는 이유는 성경에 근거하는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 예수님은 당신의 죄 용서 권한을 제자들에게 위임하십니다. 사도들에게 위임된 권한은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과 그의 협력자인 사제들에게 계승됩니다. 그래서 가톨릭 신자들은 죄를 지으면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게 됩니다. 죄 용서는 하느님이 하시는 것이고, 사제는 하느님과 교회가 시키는 대로 할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소서.”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죄 용서를 강조하신 이유는 죄가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인간과 인간 사이를 멀어지게 하고, 병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죄’란 인간을 구원으로 이끌고자 하시는 하느님 뜻을 거역하고 저버리는 것입니다. 구원이란 ‘하느님과 함께하는 것’인데, 죄는 하느님을 외면하고, 하느님 말씀을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죄의 반대말은 ‘회개’입니다. 회개(悔改)란 마음을 하느님께 향하는 것,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죄에 빠졌을 때 인간은 하느님을 등지고, 멀어지게 되기에 은총을 주셔도 알아보지 못하고,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죄를 씻고, 회개해야 합니다. 고해성사를 통해! 고해성사를 통해 죄는 용서되지만, 죄의 결과로 생겨난 벌인 ‘잠벌’은 남게 되고, 이 벌은 합당한 대가를 치르거나 기워 갚아야 합니다. 잠벌은 보속(補贖)을 통해 사면될 수 있는데, 현세에서 보속을 다하지 못하면 연옥에서 해야 한다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벌을 기워 갚지 못해 남은 경우, 이 벌을 감면해 주는 것이 ‘대사’(大赦)입니다. 대사는 전대사(全大赦)와 한대사(限大赦)로 나누는데, 전대사란 죄인이 받을 벌을 전부 없애 주는 것이고, 한대사란 그 벌의 일부를 없애 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성인들의 통공’, 즉 천국 교회와 지상 교회와 연옥 교회에 속한 이들은 친교를 나눌 수 있고, 서로를 위한 기도를 통해 잠벌을 감해 줄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2022년 12월 4일(가해)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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