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사순시기의 시작, 재의 수요일 2019년 3월 6일 저녁, 미국 CNN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 크리스 쿠오모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이마에 검댕이가 묻은 채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출연자 몇몇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이유는 출연진의 부주의가 아니라 당일이 재의 수요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2월 22일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재의 수요일’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작년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받은 성지를 태워 이날 재를 머리에 얹거나 이마에 바르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재를 축복하고 그 재를 머리에 얹어주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또는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창세 3,19 참조). 이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영원한 삶을 구하라는 장엄한 외침입니다.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시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초대 교회는 3세기 초까지 사순시기의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 주님 부활 대축일 전 2-3일간 예수님의 수난을 특별히 기억했습니다. 40일의 기간이 정해진 건 니케아 공의회(325) 이후입니다. 그리고 성 그레고리오 1세 교황(재위 590-604) 때 사순시기의 첫날로 재의 수요일이 정해졌고, 성 바오로 6세 교황(재위 1963-1978)은 이날 단식과 금육을 지킬 것을 명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단식을 만 21세부터 60세까지의 신자들이 한 끼를 먹지 않고 한 끼는 적게 먹는 것으로 규정합니다. 단, 병을 앓고 있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예외입니다. 또한 금육은 만 14세 이상 모든 신자가 지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순시기 중 전례에는 몇 가지 변화가 있습니다. 우선, 사제의 제의가 자색(보라색)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대축일을 제외하고 대영광송을 생략합니다. 또한 복음 환호송으로 알렐루야 대신 다음의 기도를 바칩니다.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말씀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이런 변화는 사순시기가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때이기에, 통회와 보속과 희생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신앙인의 일상에서도 절제와 극기를 실천하고 그 몫을 가난한 이웃에게 나눌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2023년 2월 19일(가해) 연중 제7주일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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