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네 복음서의 상징들 - <네 복음서의 상징과 십자가 위에 있는 어린양>,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해외나 국내 성지순례 중 성당을 방문하면, 간혹 성전 입구나 제단 장식에 네 생물의 형상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이 정확하게 통일되어 있진 않지만 사람, 사자, 황소 그리고 독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이 네 생물이 한 데 모여 묘사된 이유는 성경에 근거합니다. 우선 에제키엘 예언서를 보면, 주님께서 발현하시는 대목(1,4-28 참조)에서 네 생물이 등장합니다: “그들의 얼굴 형상은 사람의 얼굴인데, 넷이 저마다 오른쪽은 사자의 얼굴이고 왼쪽은 황소의 얼굴이었으며 독수리의 얼굴도 있었다”(10절). 요한묵시록의 ‘천상 예배’ 대목(4,1-11 참조)에서도 동일한 네 생물이 소개됩니다: “첫째 생물은 사자 같고, 둘째 생물은 황소 같았으며, 셋째 생물은 얼굴이 사람 같고, 넷째 생물은 날아가는 독수리 같았습니다”(7절). 이들이 가장 높은 하늘의 어좌를 에워싸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스도교는 이들이 각각 네 복음서를 상징한다고 해석합니다. 우선, 사람은 마태오 복음을 상징합니다. 마태오 복음의 첫 대목(1,1-17 참조)에는 아브라함부터 시작되는 사람의 족보가 나옵니다. 복음서의 시작이 인간 역사를 다루기에, 사람이 마태오 복음서를 의미하는 표상이라고 본 것입니다. 사자는 마르코 복음을 상징합니다. 마르코 복음은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복음을 선포하는 내용(1,8 참조)으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3절)로 소개되는데, 그 모습이 광야에서 큰 소리로 포효하는 사자를 연상하게 합니다. 따라서 사자를 마르코 복음의 상징으로 봅니다. 황소는 루카 복음을 상징합니다. 루카 복음의 첫 번째 내용은 세례자 요한의 출생 예고(루카 1,5-25 참조)인데, 여기에 사제 즈카르야가 등장합니다. 그는 “주님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기로 결정”(9절)되었습니다. 그가 지성소에서 하는 분향은 제사 때 제물로 바쳐지던 황소를 떠올리게 합니다. 끝으로, 독수리는 요한 복음을 상징합니다. 요한 복음은 공관복음, 곧 마태오, 마르코, 루카 복음과 그 성격이 다소 다릅니다. 바로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를 풍부하게 해설하는 특징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렇듯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서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215년경)는 요한 복음을 특별히 “영적 복음서”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누구보다 높이 날아 세상을 조망하고 유일하게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력을 지닌 새인 독수리를 요한 복음의 상징으로 봤습니다. [2023년 2월 26일(가해) 사순 제1주일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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