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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계주교시노드 대륙별 회의, 어떤 논의 이뤄지고 있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13 조회수814 추천수0

[특집] 세계주교시노드 대륙별 회의, 어떤 논의 이뤄지고 있나


"평화와 인권 위해 가톨릭교회가 연대하자" 공감대 형성에 초점

 

 

- 2월 13~17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중동 대륙회의에 참가한 대표단이 17일 하리싸성지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OSV.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대륙별 회의가 유럽,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아메리카(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중동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륙별 회의의 ‘최종 문서’(Final Document)는 3월 31일까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된다. 각 대륙별로 제출된 ‘최종 문서’들은 올해 10월 로마에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세션을 위한 의안집(Working Document) 구성에 기초가 된다.

 

각 대륙별 회의 논의사항들에는 보편교회 안에서 공통된 주제와 함께 각 대륙의 특수성이 반영된 개별 사항들이 공존한다. 대륙별 회의 진행 경과와 논의사항들을 살펴본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오세아니아

 

아시아 대륙회의는 2월 24~26일 태국 방콕 반푸완 사목센터에서,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 대륙회의는 3월 1~6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렸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두 대륙 모두 다양한 문화와 전통, 종족, 종교가 뒤섞여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에 따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회의는 보편교회의 일원으로서 우선해야 하는 관심사와 각 지역의 고유성에 따른 관심사 모두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한국교회를 대표해 아시아 대륙회의에 참가한 주교회의 사무국장 신우식(토마스) 신부는 “이번 아시아 대륙회의에 참가한 29개국 중 한국, 대만, 일본, 홍콩 등은 관심사가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그 외 다른 나라들은 경제적 상황이나 교회 상황 모두 한국교회와는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 대륙회의는 평신도 양성이나 기후위기 대응, 분쟁 종식과 평화 추구 등 아시아교회 공통 현안과 인도, 동남아시아의 인신매매, 노동착취 등 각 나라별 특수 상황을 전반적으로 다뤘다.

 

아프리카 대륙회의의 경우 가족의 가치를 지키지 못하면 교회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지역적 특성인 전쟁의 만연, 사회 부정의가 그리스도교 신앙에 정면으로 배치되기에 신앙을 다시 고백해야 할 의무를 강조했다.

 

중동 지역에서는 7개의 서로 다른 동방 가톨릭교회 대표들이 2월 13~17일 레바논 베이루트에 모여 대륙회의를 열었다. 각자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면서도 중동이라는 지역을 매개로 모인 대표단은 공동 관심사를 논의했다. 중동 지역 대륙회의에는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책임보고관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 등도 참석했다.

 

중동 지역 대륙회의 참석자들은 중동은 다른 지역 대륙회의와는 지리적 의미에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내 동방 가톨릭교회들이 각자의 복식과 전통, 규정, 전례를 가지고 있고 이와 같은 다양성 안에서도 공동의 현안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 중동 지역 대표단은 이슬람과 유다교를 포함한 타 종교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중동에 남겨진 고대 그리스도교의 존재를 지키는 것을 우선적인 현안으로 보았다. 또한 신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여성과 어린이들의 권리가 존중받지 못하는 중동의 정치, 사회적 상황에서 중동 지역 동방 가톨릭교회가 하나로 연대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했다.

 

2월 5일부터 9일까지 피지 수바에서 개최된 오세아니아 대륙회의는 섬 지역이라는 특성에 맞춰 환경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주요 논의 사항은 해수면 상승, 홍수와 가뭄의 영향, 현재의 해양 생태계에 대한 온전한 보전 등이었다. 이와 더불어 지역 공동체 조직 강화도 주요 논의 주제였다.

 

태국 방콕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아시아 대륙회의에서 신우식 신부(오른쪽 위)가 2월 25일 그룹별 토의에 참여하고 있다. FABC 제공.

 

 

유럽, 라틴아메리카, 미국과 캐나다

 

유럽 대륙회의는 2월 5~9일 폴란드 프라하에서 열렸고, 10~12일에는 각국 주교회의 의장들의 모임이 별도로 마련됐다. 유럽 역시 이례적인 폭염과 한파가 반복되는 등 기후위기 상황이 심각하지만 이번 유럽 대륙회의에서는 기후위기보다 긴급한 현안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사제 성추문 등이 보다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부상자들을 포함한 전쟁 피해자들과 연대 방안이 큰 관심사였다.

 

유럽교회 과제인 교회 내에서의 인간 소외 문제, 교회와 세속 사회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화적인 균열에도 사목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 전례인 ‘전통 라틴어 미사’를 금지한 조치에 대해서는 유럽 주교단과 신자들 사이에 찬반 견해가 엇갈렸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대륙회의는 2월 13~17일 엘살바도르에서 개최됐는데 개막미사는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의 프로비덴시아 병원 성당에서 봉헌됐다. 이 성당은 1980년 3월 24일 성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가 암 환자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던 중 괴한들의 저격으로 암살된 장소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대륙회의는 중앙아메리카와 멕시코 지역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은 이 지역이 가난과 마약, 빈부 격차, 폭력, 집단 이주 등 복합적인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로메로 대주교가 암살당한 장소에서 대륙회의를 시작한 것도 그가 권력의 불의와 부정부패에 맞서 싸우다 순교한 상징적 인물이어서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대륙회의에서는 세례받은 모든 이들은 평등해야 한다는 교회 정신을 강조하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올바른 식별을 할 때에만 시노달리타스 여정에서 함께 성장해 갈 수 있다는 의견을 나눴다. 시노달리타스는 연구하면 되는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야 하는 삶이라는 뜻이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대륙회의는 3월 말까지 4개 지역에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는 미국과 캐다나 대륙회의 준비를 위한 실행 모임이 2월 13일 시작돼 16일까지 이어졌다. 이 실행모임에서는 문서 작성팀이 대륙회의에 제출할 최종 보고서(Final Report)를 작성했고, 2월 19일 참가자 인원에 대한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 미국과 캐나다 대륙회의 실행모임에서는 시노달리타스의 핵심개념을 ‘소외된 신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한 시노달리타스의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성령께서는 시노드의 모든 과정에서 일하시기 때문에 시노달리타스 여정은 성령에 의해 인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2023년 3월 12일,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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