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210. 다섯째 계명 ⑤ (「가톨릭교회 교리서」 2307~2330항)
강한 것과 다정한 것 중, 어느 것이 오래 살아남을까? - 지난 2월 22일 우크라이나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모든 전쟁이 초래하는 불행과 불의 때문에, 교회는 오랜 전쟁의 굴레에서 해방되도록 기도하고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CNS 자료사진. 교리서는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의 마지막 부분으로 ‘전쟁’에 관해 언급합니다. 전쟁은 그 자체로 악(惡)입니다. 살인이 일반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시민과 모든 위정자들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진력할 의무가 있습니다.”(2308) 하지만 어떻게 전쟁을 피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다른 나라가 침범할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장자-외편」에 싸움닭 만드는 법이 나옵니다. 기성자는 임금을 위하여 싸움닭을 기르는 사람이고 임금은 기성자에게 훌륭한 싸움닭을 길러 달라고 명령합니다. 그리고 10일마다 찾아와 다 되었느냐고 묻습니다. 기성자는 처음에 “아직 아닙니다. 지금은 실력도 없으면서 적수를 업신여기고 깔보는 자만심의 헛기운만 가득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다음 10일 지난 뒤에도, “아직 아닙니다. 이제 겨우 적수를 향해 허둥지둥 전투태세를 갖추는 정도입니다”라고 말합니다. 10일이 더 지난 후에도, “아직 아닙니다. 적수가 오면 누구든 분명히 이기지만 아직은 아닙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또 10일이 지난 후 물으니, “이제 되었습니다. 마치 나무로 만든 닭처럼 되어 어떤 닭도 감히 달려들지 못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세상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각 나라는 군비증강에 힘을 쏟습니다. 그러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그런 나라들은 망하지 않았을까요? 영원한 나라는 없습니다. 교리서는 우리 생각과 다르게 “군비 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이 있다. 언제나 새로운 무기를 마련하는 데에 소요되는 엄청난 재원의 낭비는 가난한 사람들의 구제를 막고, 민족들의 발전을 방해한다. 과잉 군비는 분쟁의 원인을 증가시키고, 분쟁이 확산될 위험을 증대시킨다”(2315)라고 가르칩니다. 브라이언 헤어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는 이 지구상에서 생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친화력’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동물 세계에서 가장 친화력이 좋고 사교성이 높은 동물은 ‘카피바라’(capybara)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피바라는 커다란 쥐과 초식동물입니다. 아마존강 습지에 살면서 새들이나 원숭이, 거북이, 개, 고양이, 토끼 등과 잘 지내며 심지어 악어와도 두려움 없이 함께 지내는 모습도 발견됩니다. 그들은 어떻게 아무런 공격성도 없는데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송곳니를 드러낸 사자와 이를 피해 달아나는 사슴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누구를 구해주고 싶습니까? 아마 인간이 계속 존재하는 한, 두 종류 중 하나를 멸종시켜야 한다면 그것은 분명 사자일 것입니다. 우리도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지켜보고 계신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이빨과 손톱을 세우는 존재가 아닌 다정한 존재가 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공격성은 공격성을 낳습니다. 싸움은 불안함과 두려움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평화롭고 평안합니다. 하느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전쟁이 없어지려면 먼저 평화롭고 평화를 주는 신앙인들이 많아야 합니다. 물론 교리서도 무력이 아니면 악의 폐해를 없앨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정당방위에 대한 엄격한 조건들을 엄밀하게 따져”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2309 참조) 그렇더라도 “모든 전쟁이 초래하는 불행과 불의 때문에 우리는 전쟁을 피하고자 가능한 모든 합리적인 방법들을 다 강구해야 한다”(2327)는 가르침이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지키기 위해 항상 더 강조되어야 하는 중요한 핵심 교리입니다. [가톨릭신문, 2023년 3월 26일,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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