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학12]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녀 마리아에게 잉태되어 나시며” 2: 참으로 사람이신 그리스도 동정녀로부터의 탄생 사화는 마르코복음과 요한복음에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두 복음서가 이 사화를 통해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임을 고백하듯이, 사실 이 두 복음서의 의도도 다르지는 않습니다. 두 복음서 모두 처음부터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선언하기 때문입니다. 마르코복음은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1,1)이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이어서 예수님의 세례 사화에서, 하늘로부터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말이 들렸다고 전합니다. 요한복음은 다른 형태로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고백합니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14) 그리스도께서 세상 창조 이전에 하느님과 함께 계신 분, 아버지 품 안에 계신 외아드님, 하느님과 같으신 분이라고 선언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네 복음서 모두, 방식은 다르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고백합니다. 한편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녀 마리아에게 잉태되신 분”이라는 신앙고백은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사도신경보다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니케아신경(325년)에 근거한 니케아-콘스탄티노플신경(381년)입니다. 그런데 니케아신경에는 단순하게 “몸을 취하시고 인간이 되셨으며”라고 나옵니다. 콘스탄티노플 공의회는 이것을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에게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음을 믿나이다.”라고 더 풍요롭게 표현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것이니 표현이 추가된 것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왜 그랬을까요? 초대교회 때부터 예수님에 대한 잘못된 주장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참으로 인간이심을 부정하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콘스탄티노플 공의회는 예수님께서 참으로 ‘역사’ 안에서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사셨음을 강조하기 위해 구체적인 표현을 추가합니다. 이를테면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저희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묻히셨으며”, 등등입니다. 그 추가된 것 중 하나가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녀 마리아에게서”입니다. 이 표현들은 실제 사람 이름을 언급하거나 사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묻히셨으며’라는 표현처럼 실제로 인간의 몸을 가지셨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와 같으며, 비록 죄를 짓지 않으셨지만, 인간 삶의 모든 조건을 당신 것으로 삼으신, 참 인간이십니다. 그러므로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신 분”이라는 신앙고백은, 그분이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며 동시에 참으로 우리와 같은 사람이셨음에 대한 고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께서는 모든 점에서 형제들과 같아지셔야 했습니다. 자비로울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충실한 대사제가 되시어, 백성의 죄를 속죄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히브 2,17) [2023년 4월 30일(가해)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서울주보 4면, 최현순 데레사(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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