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모든 신앙 진리의 근본이며 본질인 삼위일체 하느님 지난주 성령 강림 대축일로 부활 시기가 끝나고 연중 시기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가톨릭교회는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 주일을 삼위일체 대축일로 지냅니다. 이는 1334년 요한 22세 교황(1316~1334 재위)이 정하고, 1911년 성 비오 10세 교황(1903~1914 재위)이 대축일로 공포한 결과입니다. 삼위일체는 그리스도교의 핵심이며,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교리입니다. 바로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는 성부, 성자, 성령의 세 위격(位格, persona)을 지니면서 동시에 한 분이시라는 신비입니다. 알 듯하면서도 말로 설명하려는 순간 혼란과 모순을 깨닫기에 좀처럼 이해하기도 전하기도 어려운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신 “하느님 자신의 내적 신비”(「가톨릭교회교리서」 234항)입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당신 자신에 관하여 친히 알려주는 계시인 것입니다. 그 내용이 인간 이성을 넘어서기에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는 분명한 진리인 ‘신비’입니다. 구약 시대 성부 하느님께서는 예언자 또는 천사를 통하여 당신 자신을 드러내셨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모세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 대표적인 예언자입니다. 그러다 삼위일체가 계시 된 결정적인 사건은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입니다. 성자께서는 성부와 한 본체, 곧 그분과 같은 신성(神性)을 지니신 하느님으로서 하늘 나라의 신비를 알려주셨습니다. 또한 지난 주일에 기념한 성령 강림 사건을 통해서는 성령께서 성부와 성자와 같은 본성을 지닌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삼위일체에 관한 진리는 사도들을 거쳐 초 세기 교부(敎父)들에게 이어져 수많은 이단이 발생하는 혼란 속에서도 그릇됨 없이 지금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는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인사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2코린 13,13). 이 구절은 미사 전례문에도 반영되어 시작 예식의 ‘인사’에서 반복됩니다. 또한 오늘 복음은 성부 하느님께서 성자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파견하셨다는 대목입니다. 여기서 성자는 성부께서 하시는 일, 곧 구원 사업을 수행하시는데, 두 위격은 분명히 구분되시는 분으로 나옵니다. 여기서 삼위일체 하느님에 관한 진리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호경, 영광송, 신경(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사도신경)에서도 삼위일체 하느님에 관한 믿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오늘 미사에서 바쳐지는 감사송은 삼위일체 교리의 핵심 내용을 정확하게 담고 있습니다. ‘젤라시오 성무 집전서’에서 유래했다는 삼위일체 대축일의 감사송을 천천히 읽으며 마음에 새겨봅시다. “아버지께서는 아드님과 성령과 함께 한 하느님이시며 한 주님이시나, 한 위격이 아니라 한 본체로 삼위일체 하느님이시옵니다. 주님의 계시로 저희가 믿는 주님의 영광은, 아드님께도 성령께도 다름이 없나이다. 그러므로 위격으로는 각각이시요 본성으로는 한 분이시며, 위엄으로는 같으심을 흠숭하오며, 영원하신 참하느님을 믿어 고백하나이다.” [2023년 6월 4일(가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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