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교적 대화 (5) 잘못된 기초 천주교에 대하여 비판적 시각에 젖어 있는 타 종교인들과의 대화를 위하여 가상 대화 형식으로 꾸몄으며, 주로 서한규의 “가톨릭교회!와 개신교?”(서울, 게쎄마니, 2012)를 참고하였다. 비신자 : 개신교에서는 믿기만 하면 된다는데, 그러면 알면서도 악한 행위를 해도 되는 겁니까? 믿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천주교인 : 상식적으로 그것은 아니겠지요. 우선 그런 점을 논하기 전에, 개신교가 출발 시에 표방한 내용들을 볼 필요가 있어요. 3가지로 요약되지요.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성경’(solascriptura), ‘오직 은총’(sola gratia)이라고 합니다. 개신교는 바로 이 기초들 위에 세워졌다고 하지요. 비신자 : ‘오직 믿음’에서 믿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 나온 것이군요. 그 기초들은 무엇이 문제인가요? 천주교인 : 구원에 있어서 믿음이나 성경이나 은총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 앞에 붙은 ‘오직’이 문제지요. 그렇다면 오직 믿는 마음으로 오직 성경을 읽으며, 오직 은총만 기다리면 구원되나요? 교회나 예배는 필요치 않나요? 거짓과 사기, 못된 행실을 해도 믿기만 하면 되나요? 이웃사랑도 필요 없고, 믿기만 하면 되지 않겠어요? 교회가 필요치 않으면 봉헌금 내라고 침 튀길 필요도 없잖아요? 세례도, 주일 지킴도 필요 없겠네요? 그런데 왜 예수님은 내 교회를 세운다고까지 하셨을까요? 비신자 : 어떻게 해서 개신교의 3가지 기초가 나오게 되었나요? 천주교인 : 마르틴 루터가 천주교를 떠나면서 교도권에 대항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신학적 가정에서 출발한 내용들입니다. 그런데 마치 이 기초들이 성경에 근거하는 주장이라고 알고 있는 이들이 많아요. 가장 비성경적인 주장들이지요(서한규, 236~237쪽, 248~249쪽). 비신자 : 성경이 진리의 기초가 아닌가요? 천주교인 : 개신교 신자들은 ‘오직 성경’이라 여기니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도 바오로는 진리의 기둥과 기초는 교회라고 했습니다. “내가 늦어지게 될 경우, 그대가 하느님의 집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 집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교회로서, 진리의 기둥이며 기초입니다.”(1티모 3, 15). 비신자 : 교회가 진리의 기둥이고 기초이군요! 천주교인 : 원래 교회라는 용어는 건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백성을 가리킵니다. 박해 시대 때를 생각해 보세요. 건물인 교회는 없었지만,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는 있었어요. 구약의 하느님의 백성이 수백 년의 흥망성쇠를 거듭하면서 그로부터 구약성경이 나왔지요. 또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신약의 하느님 백성이, 사라져가는 말씀과 행적을 기록할 필요를 느껴서 신약 성경이 기록되었지요. 비신자 : 그러니까 성경의 출처는 하느님 백성(교회)의 삶이군요. 천주교인 : 예 맞습니다. [2023년 7월 9일(가해) 연중 제14주일 청주주보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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