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225.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 66항)
복음화, 개인과 사회의 구체적 상황까지도 고려해야 상훈: 어떠하든 회사에 꼭 붙어 있어야 된다. 엄마 돌아가시기 전까지. 불쌍한 우리 엄마 장례식에 화환이라도 하나 박혀 있고 문상객 채울라면 어떻게든 회사에 꼭 붙어 있어야 돼. 기훈: 난 옛날부터 둘째형이 제일 불쌍하더라.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항상 양심 쪽으로 확 기울어 사는 인간이 제일 불쌍해.(드라마 ‘나의 아저씨’ 1회) 삶의 고단한 이웃들을 만나며 “신부님 사는 게 정말 힘들어요.” 아는 지인의 하소연입니다. 출퇴근, 야근과 잔업, 성과, 구조조정, 대출이자, 월세, 사교육비, 부모님 병원비, 고물가와 생활비. 어른들의 일상이면서 현대인들을 짓누르는 멍에들입니다. 아이들의 멍에도 만만찮습니다. 입시와 진로, 경쟁과 낙오, 가족과의 갈등, 친구가 없음, 이야기 할 곳 없음, 소외와 외로움, 불안함, 우울함. 어르신들, 모든 이웃들의 멍에도 참 많습니다. 과거에 비해 풍요로워졌어도 삶은 여전히 무겁고 앞날도 불확실합니다. 더욱이 양심껏 성실히 살았음에도 생활이 고달프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실제적 해결이 필요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하는 것이 신앙의 가르침과 양심이며 이는 개인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각자를 한계 상황으로 내모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도 있습니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수능을 망치면 인생을 망치는 사회에서 개인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온종일 고된 일을 해서 간신히 최저임금을 버는 이에게 왜 성당에서 봉사하지 않느냐고만 말할 수 있을까요? 단 한 번 시험을 망쳤다고 사회에서 패배자로 여겨지는 현실에서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신앙을 이야기해야 할까요? 실업과 취업 준비로 탈진한 이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여러 현상들을 깊이 이해하고 그에 대한 복음적 해결을 모색하지 않으면 이런 노력들은 공허한 위로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손잡고 함께해야 신앙공동체인 교회가 사회문제 해결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은 추상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문제와 관련된 존재이기에 각자 구체적인 개인생활과 사회생활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서 복음화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66항) 그것이 바로 이웃과 사회의 어려움에 교회공동체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도 정직하게 살아야지요.”, “가족과 아이들 보면서 힘냅니다.” 많은 분들이 고단함 속에서도 선한 마음과 양심, 가족과 이웃을 선택합니다. 그런 분들을 보며 하느님의 이끄심을 생생히 체험합니다. 또한 이웃들과 더불어 한데 힘을 모으고 손잡아야함을 느낍니다. 희망, 복음적인 것, 하느님의 섭리는 선을 선택하는 이들을 통해서 작용하고 뻗어나가기 때문입니다.(로마 8,28) “교회의 사회교리는 복음화 직무의 필수적인 한 부분이다. 정의, 자유, 발전, 민족들의 관계, 평화에 관한 문제들이나 상황처럼 인간 공동체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 어느 것도 복음화와 무관하지 않으며, 복음과 인간의 구체적인 개인생활과 사회생활이 서로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복음화는 완성될 수 없다.”(「간추린 사회교리」 66항) [가톨릭신문, 2023년 7월 9일,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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