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농민 주일 오늘은 제28회 농민 주일입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날을 통해 농촌을 향한 관심과 기도 그리고 우리 모두의 생태적 회개를 촉구합니다. 1993년 우리 농촌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과 쌀 시장 개방으로 커다란 위기에 빠졌습니다. 이에 같은 해 12월, 고(故) 김수환 추기경님은 농업과 나라를 위한 기도회와 함께 고통받는 농민들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여셨습니다. 그리고 한국 주교단은 이듬해 1994년 춘계 주교회의에서 “농민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해 우리 농민과 농토 및 농업을 살리는 일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결정함으로써, 교회 차원의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996년부터는 매년 7월 셋째 주일을 농민 주일로 지정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간 우리 사회는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최중심에 두고 살아왔고, 그 결과 경제적 풍요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농촌의 희생이 있습니다. 농촌은 만성적인 고령화와 저소득의 늪에 시달려 왔으며, 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마다 개방 분야가 되어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국내 곡물자급률은 해가 갈수록 떨어져 이제는 20% 선이 붕괴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입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은 어느덧 30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특히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은 세상의 논리와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산업화와 화학화를 거슬러 친환경 유기농·무농약 농법을 지켜온 것입니다. 도시 본당의 소비자들도 우리농 매장을 통한 직거래로 농민들과 교류하고 연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농촌살리기는 농촌과 도시가 함께 생명을 보전하는 공동체 운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전 지구를 덮쳐오는 기후재앙 속에서 가톨릭농민회의 친환경 농법은 그 자체로 기후 위기에 대응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산업화한 농업은 화학비료 사용으로 탄소를 배출하고, 제초제와 살충제는 토양을 오염시킵니다. 반면, 친환경 농법은 무엇보다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고 온실가스를 포집해 땅으로 되돌리는 효과를 냅니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우리 땅에서 나온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것은 푸드마일리지(먹을거리가 생산자의 손을 떠나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 거리)를 줄여 탄소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러니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은 도농 간의 생명연대와 창조질서 보전에 이바지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오늘날 세상의 많은 부분이 경제성과 효율의 논리에 따라 폐기되고 버려집니다. 그러나 농업의 가치는 경제성과 효율로만 따질 수 없습니다. 묵묵히 가치를 지켜나가는 농촌에 우리 모두의 응원과 기도가 더해지길 바랍니다. [2023년 7월 16일(가해) 연중 제15주일(농민 주일) 의정부주보 8면, 김승연 프란치스코 신부(환경농촌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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