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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228: 때가 찼을 때의 기도 3(2617~2622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31 조회수273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228. 때가 찼을 때의 기도 ③ (「가톨릭교회 교리서」 2617~2622항)


‘순종의 기도’로 전적인 응답 보여주신 성모님

 

 

- 프라 필리포 리피 ‘성모자와 두 천사’. 그리스도의 뜻에 한없이 응답하고 순종하는 길만이 영원한 생명에 동참하는 길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의 줄거리입니다. 어느 늦가을 날,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가던 제비가 잠깐 쉬기 위해 행복한 왕자라 불리는 동상 발등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놀란 제비가 하늘을 쳐다보니 그것은 비가 아니라 왕자의 눈물이었습니다. 왕자는 세상의 고통받는 백성들을 보며 슬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왕자는 제비에게 “미안하지만, 칼자루에 박혀 있는 루비를 뽑아다가 병든 아이를 간호하는 엄마에게 갖다줄 수 있겠니?”라고 부탁합니다. 제비는 더 추워지기 전에 떠나야 했지만, 울고 있는 왕자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청을 들어줍니다. 왕자는 다시 자기 눈에 박혀 있는 사파이어를 가난한 문학가에게 주라고 부탁합니다. 다음날도 왕자는 제비에게 남은 눈 하나를 광장에서 떨고 있는 소녀에게 주라고 부탁합니다. 제비는 그렇게 하였고 이제는 왕자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왕자는 제비에게 순금으로 되어 있는 자기 몸을 떼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게 하였습니다.

 

어느덧 겨울이 오고 눈이 내렸습니다. 제비는 추위에 죽고 맙니다. 사람들은 볼품없어진 왕자의 동상을 가져다가 용광로에 녹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심장은 녹지 않고 남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왕자의 심장을 제비가 죽어있는 쓰레기 더미에 던져버립니다. 이때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왕자의 심장과 제비를 하늘로 들고 올라갑니다.

 

성모님의 기도는 행복한 왕자에게 응답하는 제비의 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제비도 왕자에게 그러하였지만, “마리아께서는 당신의 전 존재를 바쳐 응답하십니다.”(2617) 이 전적인 응답은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곧 “이루어지소서!”(Fiat)라는 순종의 기도입니다.

 

에덴동산에서 하느님은 아담에게 동물들의 이름을 지어주는 일을 시키셨습니다. 그리고 그 일의 협조자가 되라고 하와를 만들어주셨습니다. 하지만 첫 조상들은 뱀의 유혹에 빠져 하느님께 불순종합니다. 이제 “새 아담”(539)인 그리스도는 “새 하와”(2618)인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첫 조상의 일을 이어가십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은 성모님을 “여인”이라고 부르십니다. 여인은 혼인 잔치에 참여한 은총이 끊긴 당신 자녀들을 위해 그리스도께 성령의 포도주를 청합니다. 그리스도는 어머니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영적 포도주의 은총을 부어주심으로써 첫 표징을 일으키십니다. “이 혼인 잔치는 또 다른 잔치, 곧 당신의 신부인 교회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시는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 상징합니다.”(2618) 교회는 성모님의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에 순종합니다. 그러면 물이 포도주가 되고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피가 됩니다. 이렇게 그리스도와 성모님의 자녀들이 끊이지 않고 탄생합니다. 그래서 성모님은 새 하와로 그리스도께서 부르시는 “여인”으로, 또 “살아있는 이들의 참어머니”(2618)가 되십니다.

 

성모님의 기도는 이제 우리가 어떻게 그리스도의 운명에 동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원의 모범이 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부입니다.”(808) 신부는 신랑의 창조사업에 협조합니다. 행복한 왕자의 제비가 되어 그분의 뜻에 한없이 응답하고 순종하는 길만이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신랑의 영원한 생명에 동참하는 길입니다.

 

[가톨릭신문, 2023년 7월 30일,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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