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231. 기도의 원천(「가톨릭교회 교리서」 2650~2662항)
하느님 자녀 되려는 노력이 기도의 원천 하느님 자녀로 새로 태어나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기도의 원천’입니다. 신앙의 목적은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 성자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하는 자녀가 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로마 6,4)”(537)입니다. 그러니까 기도는 그리스도라는 샘에서 흘러내리는 성령의 물을 마시는 시간입니다. 그리스도는 포도나무의 가지처럼 당신께 붙어 있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통하여 당신 ‘진리와 은총’을 베풀어주십니다.(771 참조) 기도하는 이는 이 진리와 은총을 통해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자녀로 새로 태어납니다. 그러나 기도는 자발적인 내적 충동으로 저절로 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기도는 기도하고 싶은 원의와 의지를 요구합니다.(2650 참조) 이 때문에 기도 행위가 진정한 기도가 되기 위해 ‘향주덕’(희망-믿음-사랑)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오노다 히로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제국군 정보장교로 1944년 겨울, 필리핀 마닐라 근처의 작은 루방섬에 파견됩니다. 22살의 장교는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부하 250명에게 무리한 작전을 요구하여 첫 전투에서 207명을 잃게 됩니다. 나머지 43명은 산속으로 흩어졌고 그중 20명은 미군이 살포한 전단지를 보고 일본이 항복한 사실을 받아들여 투항합니다. 그들 중 몇몇은 종전 다음 해인 1946년 봄, 오노다 일행을 구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가서 섬 전체를 돌아다니며 전쟁이 끝났다고 외쳤습니다. 오노다는 그들의 외침을 분명하게 거듭 들었지만, 이를 간사한 미국군의 계략이라고 여겼습니다. 그의 아버지와 형제까지 와서 전쟁이 끝났다고 외쳤으나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1974년 루방섬을 방문한 스즈키 노리오 교수에 의해 설득됩니다. 22세에 조국을 떠났던 청년은 52세가 되어서 일본에 돌아왔고, 일본 국민에게 영웅으로 대접받았습니다. 오노다가 종전되었다는 설득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증거가 불충분했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그 자신이 범죄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삶이 전쟁 종식 후 들통나면 벌을 받을까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는 전쟁 종식에 대한 ‘희망’이 없었기에 ‘믿기’를 원치 않았고 그래서 ‘사랑’이 아닌 파괴를 일삼았습니다.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내리시는 말씀이 있고 전례를 통해 우리 마음에 부어지는 은총이 있습니다. 매일 어린이처럼 더 완전한 하느님 자녀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면 성경을 읽고 묵상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미사를 드려도 성체를 감정 없이 모시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런 모든 것들은 진정한 기도가 되지 않습니다. 목적지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에게 도로의 표지판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해도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하느님께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합니다. 그러나 희망과 믿음을 통하여 완전한 사랑으로 하느님의 “철부지 어린이들”이 되기를 원하는 이들에겐 진리와 은총을 받아들이는 “모든 형태의 기도가 주님께서 하느님 나라에 비유하시는 그 누룩이 될 수 있습니다.”(2660) 희망은 사다리의 두 기둥과 같고 믿음은 가로대와 같으며 사랑은 그 높이와 같습니다. 사랑으로 오르기를 희망하는 이는 기도로 받는 말씀과 은총으로 믿음의 가로대를 만들어 더 높은 사랑으로 오릅니다. [가톨릭신문, 2023년 8월 27일,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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