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232. 기도의 길 ① (「가톨릭교회 교리서」 2663~2672항)
예수님 ‘이름으로’ 아버지께 바치는 기도 - 엘 그레코 ‘기도하는 성 도미니코’. 우리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기도한다면 그분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며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 성부, 성자, 성령 세 분은 한 하느님이시지만, 구별되는 각기 다른 분들이십니다. 그래서 어떤 분에게 기도하는지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의 전통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는 기도가 되어야만, 성부께 다다르게 된다”(2664)라는 순서를 가르칩니다. 파견된 자를 거치지 않고 파견한 자에게 가면 파견된 자를 무시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도 교회를 파견하시며 “너희를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고, 나를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다”(마태 10,40)라고 하십니다. 교회의 기도는 궁극적으로 아버지를 향하지만, 그 기도 안에 아버지께 가는 길이신 그리스도를 향하는 기도를 포함합니다.(2665 참조)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께 기도하는 것이 우리 ‘기도의 길’이라고 한다면 ‘성령’께서는 어떤 역할을 하시는 것일까요?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와 나를 하나로 이어주는 힘이십니다. 성령께서는 그리스도께서 아버지께 받아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로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2670) 교회는 성령으로 행해지는 칠성사가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왔다고 가르치는데(766, 1225 참조)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피 흘리심으로써 우리가 당신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기도할 수 있게 해 주십니다. 영국 축구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멕시코에서 이적해 온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란 공격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등 뒤에는 에르난데스가 아닌 ‘치차리토’란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사실 치차리토는 14살 때부터 친구였던 미구엘 치차리토의 이름이었습니다. 둘은 열심히 노력해서 빅클럽에서 함께 뛰자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에르난데스가 치차리토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고 맨유라는 빅클럽에 들어왔지만, 2부 리그에서 뛰고 있던 치차리토는 한없이 낮은 곳으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에르난데스가 팀 동료들과 파티를 하고 있는데 치차리토가 에르난데스에게 술 한잔을 하자고 전화했습니다. 약간은 치차리토를 무시하게 된 에르난데스가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하자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3일 뒤 에르난데스는 치차리토의 사고 소식을 듣습니다. 혼자 술을 마시러 술집에 들어갔던 치차리토가 다리에 총을 맞은 것입니다. 에르난데스는 병실로 들어가 다리가 잘린 치차리토를 보게 됩니다. 둘은 부둥켜안고 한없이 울었습니다. 그 이후 에르난데스는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그 대신 친구 이름인 치차리토를 새기고 경기를 뛰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치차리토에게 로봇 다리를 선물하였고 지금도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에르난데스가 치차리토의 이름으로 경기를 뛰는 것은, 치차리토 덕분에 자신이 그 정도까지 올라올 수 있었음을 고백하는 행위입니다. 이처럼 누군가의 이름을 받는다는 말은 상대가 나를 위해 해 준 모든 피 흘림을 인정하고 감사한다는 뜻을 포함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기도한다면 그리스도의 피 흘림인 성령 덕분으로 우리 죄가 사해졌기에 그분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며 아버지를 만나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성령을 선물로 주시며 당신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라고 하십니다.(2671 참조) [가톨릭신문, 2023년 9월 3일,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조원동주교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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