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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신학31: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0-18 조회수369 추천수0

[가톨릭 신학31]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모든 성인의 통공이라 하면, 시성된 분들이 천국에서 우리를 위해 전구하는 것, 그리고 천국의 성인들과 지상의 우리가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떠오릅니다. 반면 개신교에서는 사도신경에서 이 부분을 ‘성도의 교제’라고 번역합니다. 어떤 것이 맞을까요? 혹은 나을까요?

 

가톨릭교회에서 ‘모든 성인의 통공’이라고 번역하는 라틴어의 원문은 “콤무니오 상토룸(communio sanctorum)”입니다. ‘상토룸’이라는 단어는 ‘거룩한 사람들(성인들)’로, 혹은 ‘거룩한 것들’로도 번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어 ‘코이노니아’의 라틴어 번역인 ‘콤무니오’는 사도신경에서는 통공, 신학에서는 친교라고 우리말로 번역합니다.

 

흔히 친교를 ‘친하게 지내는 것’으로 알아듣습니다. 그런데 코이노니아의 근본적인 뜻은 ‘어떤 좋은 것에 함께 참여함’입니다. 성경에서는 예루살렘의 가난한 공동체를 위한 모금 활동에 참여(1코린 8,4), 예수님과 친교를 나눔(1코린 1,9), 복음 전파에 참여(필리 1,5), 같은 신앙을 가짐(갈라 2,9), 같은 빵을 먹음으로써 같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룸(1코린 10,16), 성령 안에서 친교(2코린 13,13), 공동생활에서의 친교(사도 2,42) 등등에서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러니 ‘콤무니오 상토룸’은 성인들의 친교(통공), ‘성도들의 교제’를 포함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하느님과 화해한 사람들이 그리스도 안에 함께 모인 것, 그래서 진리와 아가페 안에서 하나됨을 의미합니다.

 

교회 역사에서 교회 공동체를 종종 “신자들의 공동체(congregatio fidelium)”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은 교회가 예수 동호회 같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불러 모으신 공동체라는 것을 뜻합니다. 즉 하느님은 구원의 말씀을 통해 사람들을 불러 모아 같은 신앙으로 일치시켜 주시고 당신의 한 백성을 이루게 하십니다.

 

같은 구원의 말씀을 듣고 같은 신앙을 갖는 교회 공동체는 성찬례의 공동체입니다. 신자들은 성체성사 안에서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심으로써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이룹니다.(1코린 10,16 참조) 사실 성체성사는 매우 일찍부터 교회의 중심이었습니다. 공관복음서와 1코린 11,23-26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잡히시기 전 성체성사를 세우시고 우리를 위한 당신의 죽으심을 기억하도록 명하셨습니다. 성찬례에서 신자들은 단 한 번 당신 자신을 바치심으로써 모든 이의 구원을 이루신 예수님의 수난과 죽으심, 그리고 부활을 기억했고, 이 기억은 성령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뿐 아니라 교회는 성령 안에서 “마라나타”라고 외치며 다시 오실 주님을 고대합니다. 그러므로 성찬례는 신앙의 원천을 기억하는 장,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심으로써 주님과 하나 되는 장, 그리고 참여한 모든 신자가 그리스도의 한 몸인 교회를 이루는 장입니다.

 

그러므로 ‘콤무니오 상토룸’이란 구원이신 예수 그리스도, 성령, 복음, 특히 성체성사에 함께 참여하는 것을 의미했고, 이를 통해 거룩해진 이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친교도 의미했습니다. 이 친교는 우리와 이미 천국 영광에 계신 분들과, 정화의 과정 중에 있는 죽은 이들과도 이룹니다.

 

[2023년 10월 15일(가해) 연중 제28주일 서울주보 4면, 최현순 데레사(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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