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주님의 말씀을 듣는 두 가지 길, 성전(聖傳)과 성경(聖經) 우리는 지난 주일 복음으로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이야기(마르 9,2-10)를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난의 장소인 예루살렘을 향한 길에서 제자들이 확실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느님 나라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셨습니다. 이때, 하늘에서는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9,7)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 구절을 통해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듣는 일이 제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명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주님의 제자 공동체인 교회 역시 그분의 말씀에 항상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여기엔 두 가지 길이 있는데, 바로 ‘성전’(聖傳)과 ‘성경’(聖經)입니다. 성전은 교회 안에서 전승(傳承)된 ‘기록되지 않은 하느님 말씀’이고, 성경은 ‘기록된 하느님 말씀’입니다. 이 둘은 교회가 간직한 신앙의 유산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입니다. 성전에는 제자들이 예수님에게서 직접 보고 배운 것과 주님의 승천 이후 성령의 도우심으로 깨달은 바가 담겨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전수되고 실천된 주님의 뜻이 그 가르침 안에 순수하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성전은 교회의 거룩한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7성사와 전례를 비롯하여 하느님 백성의 삶을 거룩하게 이끌고 신앙을 키우는 모든 교리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전과 성경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성전과 성경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고 또 상통한다. 이 둘은 동일한 신적 원천에서 솟아 나와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를 이루며 같은 목적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신 하느님의 말씀은 성전으로 온전히 전달된다. (…) 따라서 교회는 오로지 성경으로만 모든 계시 진리에 대한 확실성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니다”(계시헌장 9항).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전체 교회의 살아 있는 성전’에 따라 성경을 읽어야 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13항 참조). 한편, 성경과 성전에 담긴 신앙의 유산을 올바로 해석하고 가르치는 권한과 임무는 오로지 교회의 교도권에 맡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교도권은 구체적으로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님과 그분과 일치를 이루고 있는 주교님들에게 있습니다.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중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믿나이다.”라는 신앙고백은 바로 이 점을 말해줍니다. 신앙은 언제나 교회의 신앙입니다. 우리는 신앙의 어머니요 스승이신 교회가 보존하고 전해주는 성경과 성전을 통해서만 주님의 뜻을 올바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교회의 신앙 안에서 참된 구원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2024년 3월 3일(나해) 사순 제3주일 의정부주보 8면, 이승엽 미카엘 신부(신앙교육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