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교적 대화 (15) 거룩한 전승 (1) 천주교에 대하여 비판적 시각에 젖어 있는 타 종교인들과의 대화를 위하여 가상 대화 형식으로 꾸몄으며, 주로 서한규의 “가톨릭교회!와 개신교?”(서울, 게쎄마니, 2012)를 참고하였다. 비신자 : 인간들이 만든 관습이 전해져 내려와 전통이 되는 것인데 천주교에서 말하는 전통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요? 천주교인 : 어느 사회에서나 ‘전통’은 권위를 가지게 되고 그 전통을 계승하는 집단이 정통성을 가지게 되지요. 그 전통은 어떤 경우엔 법에 앞선 사회적 규범이 되기도 하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천주교에서 말하는 전통은 아무거나 ‘거룩한 전통’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개신교에서는 교회에 내려오는 모든 것을 ‘전통’이라고 하겠지만, 천주교에서는 사도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거룩한 전통’, 즉 성전(聖傳, Traditio sacro)을 단순한 전통과 엄연히 구별하지요. 비신자 : 그러니까 인간적인 전통과 사도로부터 이어져 오는 신앙적인 산물인 ‘거룩한 전통’은 다르다는 것이군요? 천주교인 : 그렇지요. 하느님은 계시를 강생하신 말씀의 목격자인 사도들에게 위탁하였고, 그들은 그 계시를 교회에 전하였어요. 따라서 신앙의 진리는 교회의 지속적인 가르침의 전승인데, 그 가운데 성경이 담겨 있어요. 신약성경이 없이 신앙생활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비신자 : 성경에만 하느님의 계시가 들어있다고 하는 것이 무리군요? 천주교인 : 개신교는 1,500년 후에 천주교에서 갈라져 나갈 때 대항하는 의미에서도 ‘거룩한 전통’이라 할 명분이 전혀 없었지요. 성경만 들고 나가서, 이것이 유일한 원천이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었지요. 비신자 : ‘거룩한 전통’(전승)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수 있어요? 천주교인 : 가톨릭 대사전은 거룩한 전통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어요. “거룩한 전통이라는 의미의 성전(聖傳)은 교리, 성사의 전통, 신앙생활에서의 관행, 행동규범, 경신의식, 종교적 체험 등이 사도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마리아 공경과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 등 교회 생활의 특정한 분야의 관행이나 교리 등에 대해서도 성전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교부들의 가르침 중에서 사도 시대에 기원을 두는 것에 대한 해석 등을 포함한다.”라고 말입니다. 비신자 : 같은 기원을 가진 정교회(正敎會)도 ‘거룩한 전통’에 대해서 말하고 있나요? 천주교인 : 정교회(正敎會)는 더 구체적으로 거룩한 전통을 규정하고 있어요. 거룩한 전통은 성경, 제7차 공의회까지의 결정사항, 신경, 교부들의 저작물, 교회규범, 예식서, 성화 등을 말하고 있어요. 정교회가 거룩한 성전의 범위를 좀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면, 천주교는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지 않고 좀 더 넓게 보고 있어요. 양쪽이 거의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지요. [2024년 3월 3일(나해) 사순 제3주일 청주주보 3면] 호교적 대화 (16) 거룩한 전승 (2) 비신자 : 어느 개신교 신자가 말하기를, ‘자신들은 성경대로 한다고 하고, 천주교는 성경대로 하지 않는다.’라고 했어요. 천주교인 : “오직 성경”에서 나온 어처구니없는 주장이지요. 한가지 예를 들어봅시다. 성경에는 ‘주일(예배)을 거룩히 지내라.’라는 구절이 없어요. 오히려 ‘안식일을 거룩히 지내라.’라는 구절만 있어요. 그래서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에서는 기존 개신교가 하느님이 명령하신 ‘안식일’을 버리고 안식 후 첫날을 지낸다고 비난하고 있어요. 주일을 암시하는 주간 첫날이라는 구절들(마태28,1. 마르16,2. 루카 24,1. 요한20,1)에서 보듯, 예수님 부활 후에 모임의 날로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리스도교 예식의 날로 된 것이지요. 초대 교회의 전통이지요. 개신교도 성경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따르는 것이지요. 비신자 : 또 다른 것도 있나요? 천주교인 : 많습니다. 성경에 ‘삼위일체’를 명시한 구절은 없습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마태28,19)와 같은 성경에 나오는 표현들을 바탕으로 공의회를 통하여 정통교리를 체계적으로 정립한 것이지요. 그러니 삼위일체 교리를 믿는 정통 개신교는 가톨릭교회의 교도권이 올바로 해석한 것을 받아들여 믿는 것이지요. 개신교도 천주교의 결정을 따라 믿는 것이지요. 비신자 : 성경에 없는 것들을 개신교가 하는 것들도 있겠네요? 천주교인 : 성경 내에서는 현재 개신교가 진행하는 예배 순서나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없어요. 초대 그리스도교회 공동체 모임에서 단지 빵을 뗀다는 구절이 몇 군데 있지요. 예배당을 세우라는 구절도 없어요. 개신교 신자들과 대화는 대개 성경에 있느냐 없느냐로 귀착하는데, 이런 모습은 초대교회 때 신약성경이 없었거나, 정해져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불합리한 귀착인지를 알게 됩니다. 초대교회 사도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알아듣고 실천해 왔는지가 핵심이고, 이를 이어받아 살아온 교회 공동체 생활이 바로 거룩한 전승이지요. 비신자 : 그러면 성경에 있는데 개신교에서 안 하는 것도 있나요? 천주교인 :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며 이 예를 행하라고 했는데(4복음, 1고린11,23-28), 사도들로부터 이어진 성체성사(미사)를 없앴어요. 또 예수님께서 ‘병자에게 기름을 발라 주어라.’(마르6,13. 야고5,14) 하셨는데 개신교에서 병자에게 가서 기름을 바르지 않지요. 그리고 부활하신 후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의 죄를 사해 주라고 하셨는데(요한 20,23), 성품 성사를 받은 성직자가 없으니, 죄를 사해 주지 못하지요. 엉뚱한 이론이나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기본적으로 예수님이 명하신 방법으로 죄를 사해 받아야지요. 비신자 : 개신교가 거룩한 전승(성전 聖傳)에 따르는 것이 많겠네요. 천주교인 : 우선 개신교 예배 의식이 천주교 미사의 앞부분입니다. 뒷부분인 성찬 예식을 개인이 함부로 없앴습니다. 그리고 성경에 의거하지 않는 개신교의 종교적인 많은 부분들이 가톨릭교회를 통해 내려오는 거룩한 전승에 의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2024년 4월 7일(나해)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청주주보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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