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주교관과 주교 지팡이 지난 5월 2일에는 제3대 의정부교구장이신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님의 착좌 미사가 있었습니다. 착좌 미사 중에는 전임 교구장님으로부터 목자 지팡이를 받는 예식도 있었지요. 보통 주교님들이 전례를 집전하실 땐, 그 품위를 드러내는 몇 가지 특별한 복장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주교관과 목자 지팡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주교관(主敎冠)은 주교의 특별한 품위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주교가 전례를 거행하며 썼던 두건에서 기인합니다. [미트라](Mitra)라고 불리는 주교관은, 그 명칭이 고대 페르시아 전설에 등장하는 빛과 진리의 신 ‘미트라스’(Mitras)에서 기원합니다. 미트라는 4세기에 처음 언급되지만, 본래 주교 복장을 가리켰던 건 아니고, 하느님께 봉헌된 동정녀들이 착용하던 모자였습니다. 현재 주교관의 기원이 되는 것은 [필레올루스](pileolus)라는 낮은 반구(半球) 모양의 머리덮개입니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되던 이 모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성직자의 모자가 되었고, 교계제도의 품계에 따라 색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주교관의 그림은 11세기의 것인데, 그땐 흰색의 원추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모관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주교관 뒤에 달린 두 개의 띠는 모관을 고정하기 위해 턱 아래로 묶을 필요가 있던 옛 관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목장’(牧杖) 또는 [바쿨루스](Baculus)라고 불리는 목자 지팡이는 주교의 품위와 관할권을 상징합니다. 제4차 톨레도 교회회의(633)에서는 목자 지팡이가 주교 권한의 상징이라고 공식 천명하였습니다. 9세기 갈리아(오늘날 프랑스 지역) 지역에서는 주교들의 직분을 드러내는 공통 표지가 되었습니다. 13세기에 들어 목자 지팡이의 끝이 나선형으로 구부러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선형으로 마감한 부분에는 십자가를 진 어린양이나 용과 맞서는 미카엘 대천사가 장식되었습니다. 또한 지팡이 끝에 금실과 레이스와 술로 장식한 [수다리움](sudarium, 수건)을 매다는 관습이 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지팡이에 이 같은 수건을 매단 이유는 주교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표시하고, 손의 땀으로 지팡이가 더러워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늘날에도 복사들은 비단 천으로 감싸 목자 지팡이를 붙잡곤 합니다. 주교들은 목자 지팡이를 충만한 통치권의 상징으로 주교 예식, 서품식, 행렬, 장엄 축복에 사용하지만, 장례 예식에선 사용하지 않습니다. 우리 교구의 새로운 목자로 착좌하신 손희송 주교님께 주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보호가 함께하시기를 한마음으로 기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2024년 5월 5일(나해)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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