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교리서와 함께 “교리 문해력” 높이기 (6) 하느님 계시의 전달 – 성전, 사도 전승과 교회 전승들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인간에게 다가오시고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을 알려 주신 하느님께서는 그 모든 것이 영구히 온전하게 보존되고 모든 세대에 전해지도록 하셨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65,74항). 계시 진리는 기록된 책인 성경과 더불어 성령의 활동 안에서 교회의 역사를 거치며 생생하게 전달되어 왔습니다. 성경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성경과 구별되는 생생한 전달을 우리는 ‘성전(聖傳, Traditio)’, 곧 ‘거룩한 전승’으로 부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78항). 성전(聖傳), Traditio(영어로는 Tradition)은 ‘전통’으로도 번역됩니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전통은 ‘지난 시대에 이미 이루어져 계통을 이루며 전하여 내려오는 사상, 관습, 행동 따위의 양식’, 전승은 ‘문화, 풍속, 제도 따위를 이어받아 계승’하는 것입니다. 전통은 전해지는 내용에, 전승은 전달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성전’을 전통의 의미에 주목해 내용 그 자체로만 이해하는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완성되어 변하지 않는다는 것에만 집중하여 고대의 유물이나 화석과 같은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성전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교회 안에서 발전합니다(계시헌장, 8항).” 사도들의 시대에는 기록된 신약 성경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신약 성경 자체가 사도들이 예수께로부터 배운 것을 전달하는 살아 있는 ‘성전’의 과정을 보여줍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83항). 같은 복음을 전하면서도 나름의 신학을 지니고 있는 4권의 복음서, 바오로 사도의 여러 서간들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이야기하는 ‘성전(Tradition)’은 사도들에게서 유래하는 사도 전승을 말하는 것이며, 교회 역사 안에서 우리에게 전달된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역 교회에서 생겨난 신학적, 생활 규범적, 전례적 또는 신심에 관한 ‘전승들(traditions)’이 있으며, 이를 사도들로부터 유래한 사도 전승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다양한 시대와 문화 속에서 복음을 삶으로 살아가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다양한 표현들이 존재합니다. 복음 그 자체로서의 ‘성전’과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오게 된 인간적인 ‘전승들’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전승들’은 교도권의 지도 아래 ‘성전’에 비추어 보존되거나 수정되거나 또는 폐기될 수 있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83항). 구체적으로 무엇이 ‘성전’ 이고 무엇이 ‘전승들’ 인지를 정확히 구별하는 것은 어려운 신학적 작업이지만 교회의 끊임없는 개혁을 위해서는 무척이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세상으로부터 비판받는 교회의 가르침들이 있습니다. 이혼, 동성혼, 성전환, 낙태, 시험관 아기, 안락사, 여성 사제직 등 많은 문제들 앞에서 어떤 것은 결코 변화될 수 없는 사도적 전승의 영역에 해당하는지 밝혀 이에 대한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설명하여야 합니다. 반면 수정되거나 폐기될 수도 있는 ‘전승들’ 에 대해서는 세상이 제기하는 비판 앞에 개방되도록 함으로써 교회가 끊임없는 개혁과 자기 쇄신을 이뤄나가도록 해야 합니다(국제신학위원회, 오늘의 신학:전망, 원칙, 기준, 31항 참조). [2024년 5월 5일(나해)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춘천주보 4면, 안효철 디오니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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