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오늘은 성체성사의 제정과 그 은총을 기념하는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이 축일은 본래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목요일에 지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음 주일에 지냅니다. 1970년 이후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로 정해진 이날은 ‘성체 축일’ ‘성체성사 축일’ ‘하느님 축일’ ‘지극히 고귀한 성사 축일’ ‘그리스도의 몸과 피 대축일’처럼 다양하게 불리기도 했습니다. 교회는 5세기 초부터 성 목요일 저녁 미사 때 성체성사의 제정과 신약의 파스카를 기념해 왔습니다. 교부들은 일찍이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신다는 점을 주장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성체에 대한 특별한 공경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12세기, 여러 신학자 사이에서 예수님이 성체 안에 실제로 현존하는지에 관한 논쟁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때 신자들 사이에서는 성체성사에 대한 신심이 더욱 고조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몸과 피를 지닌 그리스도께서 성체 안에 온전히 현존하신다는 가르침을 통해 성체성사의 신비가 더욱 강조되었고, 신자들은 제대 위에 모셔진 성체와 성체성사에 특별한 신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전례 안에 이 대축일이 들어오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 건 리에주(Liège)의 성녀 율리아나(Juliana, 1192~1258)의 성체에 관한 신심과 체험 덕분입니다. 성녀는 10대 때인 1208년부터 여러 차례 반복해서 환시를 경험했는데, 그건 한쪽 면이 어둡고 다른 한쪽은 빛이 나는 달의 광경이었습니다. 그리고 1210년경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데, 달은 교회를 상징하고 달의 어두운 면은 성체성사를 공경하는 축일 없음을 의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약 20여 년 동안 이를 비밀로 간직했던 그는 수도원 원장이 된 후 용기를 내어 그 체험과 깨달음을 증언하였고, 주교좌 참사와 신학자들의 논의 끝에 1240년 율리아나의 환시는 하느님의 계시로 인정되었습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의 제1독서는 가해에 광야에서 만나를 먹은 일, 나해엔 시나이 산 아래에서 드린 계약의 제사, 다해엔 멜키체덕의 제사가 읽힙니다. 제2독서로는 가해에 1코린 10장, 나해엔 히브 9장, 다해엔 1코린 11장의 말씀이 봉독되고, 복음으로는 가해에 생명의 빵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 나해엔 최후의 만찬, 다해엔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야기가 선포됩니다. 시간 전례(성무일도)는 성체성사의 신비에 관한 여러 측면을 잘 표현하는데, 특히 제2 저녁기도 성모의 노래 후렴이 그렇습니다: “오! 거룩한 잔치여,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을 영하며, 그분의 수난을 기념하고(과거) 은총으로 충만되며(현재) 후세 영광의 보증을 받는도다(미래). 알렐루야.” 오늘 대축일을 맞아 주님께서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와 일치하신다는 사실을 묵상하고, 미사 참례와 성체 조배를 더욱 열심히 할 것을 다짐하도록 합시다. [2024년 6월 2일(나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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