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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톨릭 신학: 악감정으로부터의 탈출 - 사랑의 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10 조회수61 추천수0

[가톨릭 신학] 악감정으로부터의 탈출 : 사랑의 덕

 

 

세상에는 가난과 병마, 불합리한 상황, 전쟁의 고통 등 여러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는 ‘연민’의 감정이 생깁니다. 그리하여 후원을 하거나 사회적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그러나 정작 가까운 이웃들에게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 회사, 본당 공동체 안에서 겪게 되는 갈등 안에서 우리는 이웃을 사랑하기보다는 오히려 분노하며 미움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이웃을 용서하고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참으로 어렵게 느껴집니다. 하느님을 섬기며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내 마음속에 자리한 원수, 미움의 대상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웃을 용서하고 사랑해야 할까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은 반드시 이웃과 피조물에 대한 사랑을 동반해야 하며 행위로 증명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원수를 용서하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의 구체적 표현입니다. 그리하여 요한 1서 4,20은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누가 ‘나는 하느님을 사랑한다.’ 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면, 그는 거짓말쟁이입니다. 눈에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아아,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이러한 인간적 갈등 앞에서 저는, “그래도 무조건 원수를 용서하고 화해하십시오.”라는 실천 불가능한 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현실적인 사랑의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상대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고 화해하는 것이 가장 최종적인 것이 되어야 하겠지만 용서와 사랑에는 일종의 단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시작점은 원수를 위한 기도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용서와 화해를 동의어로 착각합니다. 그러나 용서는 화해가 아닌, ‘악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화해와 사랑은 그 이후의 결실입니다.

 

한편, 용서의 반대말은 ‘악감정’이며 그 열매는 증오와 미움입니다. 바로 여기서 예수님이 왜 그토록 우리에게 용서와 사랑을 강조하셨는지 분명해집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웃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다면 우리의 마음에는 앙심과 분노가 가득해져 오히려 불행해집니다. 여기서 파생되는 험담, 증오, 원망, 혐오. 이 얼마나 우리 스스로에게 상처 주는 것들입니까? 이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원수와 나 자신을 위해 먼저 기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 그를 잘 돌보아 주세요. 제가 주님의 마음을 닮게 해주세요. 서로 악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러한 기도를 올릴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상처를 보듬어주실 것이며 끝내 이웃과 화해할 기회를 마련해 주실 것입니다. 이는 하느님을 사랑

하는 구체적인 시작입니다.

 

[2024년 9월 8일(나해) 연중 제23주일 서울주보 5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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