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생 - <마리아의 탄생>, 지오토 디 본도네, 1302-1305, 스크로베니 경당 오늘 9월 8일은 연중 제23주일입니다. 본래 9월 8일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이지만, 전례일의 등급에서 주님의 날인 ‘주일’이 축일보다 앞서기에, 올해는 성모님의 탄생 축일을 지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생을 기념하는 이유와 의미를 알아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누군가를 기념할 때 그가 죽은 날, 곧 천국에서 태어난 날(天上誕日)을 축일로 경축합니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예수님, 세례자 요한 그리고 성모님의 경우엔 태어나신 날도 경축합니다. 복음서는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전하는 데 반해, 마리아의 탄생에 관한 내용은 없습니다. 외경인 「야고보의 원복음서」에서만 마리아의 생애를 전하는데, 이 책은 전반적으로 정통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음에도 성모님에 대한 신심과 이콘에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리아의 탄생을 기념하는 건 5세기 예루살렘에 세워진 성녀 안나 성당과 관련이 있습니다. 연못가에 세워진 이 성당은 요아킴과 안나의 집이 있던 곳으로 여겨집니다. 훗날 십자군은 폐허가 된 성당을 다시 복원해 성모님께 봉헌하였고, 이후 순례자들이 이곳에서 성모님의 탄생을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9월 8일은 성녀 안나 성당이 봉헌된 날이라 추정되지만, 동방 교회의 전례력이 시작되는 9월 초 구원의 여명인 마리아의 탄생을 기념했을 거라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한편, 9월 8일은 나중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12월 8일)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모든 성모님의 축일이 그렇듯이, 마리아의 탄생 축일도 예수님과의 연관성 안에서 비로소 의미를 지닙니다. 성모님은 생명이신 예수님을 세상에 낳으신 분이기에, 그분 탄생은 ‘생명을 출산하기 위해 태어나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의 탄생은 모든 피조물의 결정적 전환을 뜻합니다. 그래서 이날 미사의 입당송은 그 기쁨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생을 기뻐하며 경축하세. 정의의 태양, 그리스도 우리 하느님을 그분이 낳으셨네.” 또한 본기도는 마리아의 모성(母性)과 그 탄생을 통해 주어지는 은총에 대해 언급합니다: “복되신 동정녀께서 성자를 낳으시어 저희 구원이 시작되었으니, 동정녀 탄생 축일을 지내는 주님의 종인 저희에게 천상 은총의 선물을 내려주시어 길이 참 평화를 누리게 하소서.” 올해 의정부교구 달력 9월의 성화는 마리아의 탄생을 그린 Giotto의 작품입니다. 성자의 강생을 준비하고자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이 땅에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우리의 구원을 위해 언제나 더 큰 일을 하시는 주님께 찬미를 드립시다. [2024년 9월 8일(나해) 연중 제23주일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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