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교회 시대의 희년 (2) |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11-09 | 조회수45 | 추천수0 | |
[구역반장 월례연수] 교회 시대의 희년 (2)
지난 시간에 우리는 교회가 희년을 어떻게 거행해 왔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로마로, 또는 다른 성지나 성당으로 떠나는 희년 순례길에서 우리는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며 하느님과 화해하고 대사를 얻어 스스로와 연옥 영혼들의 잠벌을 깨끗하게 만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곧 시작하게 될 2025년 정기 희년에 관해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희망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2년 2월 11일, 2025년 정기 희년의 주무 부서인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지난 감염병 범유행 상황을 회고하며 다가오는 희년이 온 인류 사회에 희망과 신뢰의 분위기를 되살리는 데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고 강조하시며, 이것이 희년의 표어를 ‘희망의 순례자들’이라고 선정한 이유라고 밝히셨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희망은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하느님 나라에서 누릴 참된 행복에 있습니다. 이는 종말론적인 희망이지만,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가 맞닥뜨리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줍니다. ”"믿음에 토대를 두고 애덕으로 길러지는 희망은 우리가 삶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합니다."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이하 희년 칙서), 3항)
이번 정기 희년의 로고를 보면 우리가 말하는 희망이 무엇인지 잘 드러납니다. 희년 로고에는 네 사람이 등장하는데 앞 사람을 껴안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입니다. 그들 아래에는 출렁이는 파도가 보입니다. 이는 삶의 순례가 늘 잔잔한 물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런 세상의 파고에 희망의 순례자들이 붙잡고 가는 것은 무엇입니까? 바로 우리 주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그런데 그 십자가는 닻처럼 생겼습니다. 교회를 배로 비유하곤 하는데, 선박이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게 잡아주는 것이 바로 닻입니다. 바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붙잡아 주시는 희망임을 드러내는 모습입니다.
순례와 대사
지난 호에서 살펴본 대로 희년 거행에 로마로 향하는 순례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희년 칙서 5항에서 “전통적으로, 순례 여정을 나서는 것은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도보 순례는 침묵, 노력, 단순한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에 큰 보탬이 됩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순례길에서 서로 화해하라고 촉구하십니다. “그 무엇보다 우리는 그곳에서 모든 참된 회심의 여정의 본질적 출발점인 화해의 성사에 다가가, 희망의 샘에서 길어 올린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희년 순례는 그 목적지가 로마든 예루살렘이든 지역에 있는 주교좌 성당이나 성지이든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만나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순례를 떠나기 전 혹은 순례 여정 중에 고해성사, 곧 화해의 성사를 받아야 합니다. 희년 순례를 통해 대사를 얻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뉘우치고 고해성사를 받고 영성체를 하는 기본 요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황님께서도 희년 칙서 23항에서 이렇게 강조하십니다. “고해성사를 소홀히 하지 말고, 이 치유와 기쁨의 성사가 지닌 아름다움, 우리 죄에 대한 하느님 용서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합시다!”
희년 대사를 얻기 위한 첫 조건이 성지순례이지만, 모든 사람이 성지순례를 떠날 수 없기에 다른 요건들도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 예를 들어 봉쇄 수녀승과 수도승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병자들, 그들을 돌보아야 하는 사람들, 수감자들 같은 경우에는 수도원이나 병원, 요양원, 감옥 등에 있는 경당이나 자신의 집에서 주님의 기도와 신경, 그리고 성년의 목적에 부합하는 그 밖의 기도를 바치고 자기 삶의 고통이나 고난을 봉헌한다면 희년 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신자들은 자비와 참회의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도 희년 대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도움이 필요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형제자매들, 곧 병든 이들, 수감자들, 고독한 노인들, 장애인들 등을 방문하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는 그들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께 순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마태 25,34-36 참조). 또한 참회의 정신을 구체적이고 너그러운 방식으로 실천하는 것으로 대사를 얻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참회의 정신으로 무익한 오락과 불필요한 소비를 삼가고 그렇게 모은 금액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부하여 희년 대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 희년 대사 교령에서 독특한 점은 대중 선교, 영성 수련 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과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관한 교육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도 희년 대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침 2025년 구역반장 월례교육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살펴볼 계획으로 예정되어 있는데, 소공동체가 함께 모여서 공의회 문헌을 공부한다면 그것으로도 희년 대사를 얻을 수 있겠습니다. 그 외에도 교구와 본당, 수도회에서 마련할 다양한 교육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희년 살아가기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희년은 성경 시대부터 땅의 회복으로 시작하여 하느님과 맺는 관계의 회복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교회 시대에는 순례 여정 안에서 자신과 하느님을 새롭게 만나는 은총의 해, 거룩한 해가 되었습니다.
이제 다음 달 12월 24일 교황님께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을 여시며 정기 희년을 시작합니다. 우리 교구에서도 12월 29일에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희년을 여는 장엄 개막 미사를 거행할 것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베드로 대성전이나 명동대성당을 찾는 순례가 희년의 전부가 아닙니다. 이 희년 거행을 통해 우리는 악과 폭력에 뒤덮인 것처럼 보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한한 선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의 징표들을 바라보고 그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를 찾아야 합니다.
교황님께서는 희년 칙서를 통해 희망의 첫 징표로 전쟁의 비극에 휩싸여 있는 이 세상에서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을 꼽으셨습니다. 또한 생명을 전달하려는 원의를 잃어버린 세상에 희망을 제시하고 북돋우는 사회적 약속이 필요함을 알리는 일에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앞장서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젊은이들, 이주민들, 외로운 노인들, 조부모들, 가난한 이들을 언급하며 그들에게 희망이 주어지기를 진심으로 청하셨습니다. 바로 우리가 희망을 전해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주님께서 주시는 희망에 확고히 닻을 내리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삶의 거친 파도 한가운데에서도 안정감과 안전함을 느낄 수 있게 되고, 우리를 뒤흔드는 폭풍우는 결코 승리하지 못할 것입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올 한 해 희망의 순례자로 충실하게 살아 희망을 간절히 찾는 모든 이에게 희망을 전해 주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4년 11월호, 김광두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
2025년 희년 행사 일정
2024년 12월 24일(화) 성 베드로 대성전 성문 개문을 시작으로 2025년 정기 희년이 시작됩니다. 2025년 희년은 모든 사람이 희망을 갖고 희년을 보낼 수 있는 여정으로 진행됩니다. 각자에게 해당하는 희년 일정이 언제인지 살펴보고, 또 내 주변의 누군가에게 해당되는 희년이 언제인지 살펴보면서 “새로운 희년의 때에 우리 모두 그러스도 안에서 구원이라는 확실한 희망을 마음 속에 일깨우는 하느님의 사랑을 강렬히 체험(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하시기를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