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서 DOCTRINE

교리 자료실

제목 가톨릭 신학: 그리스도인의 심판(종말론)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16 조회수79 추천수0

[가톨릭 신학] 그리스도인의 심판(종말론)

 

 

대림 시기입니다. 교회는 대림을 두 시기로 나누어 묵상하도록 제안합니다. 후반부에는 세례자 요한의 마음으로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도록 하고, 전반부에는 주님의 영광스러운 두 번째 오심을 준비하도록 하지요.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시는 예수님뿐 아니라 왕좌에 올라 세상을 심판하시는 예수님의 재림 또한 함께 맞이할 준비를 하는 시기입니다.

 

우리는 보통 심판을 두려워합니다. 심판이란 말을 듣는 순간, 나의 잘못과 죄가 낱낱이 밝혀지고 무시무시한 처벌을 받는 법정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이 생각하는 심판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핍박하던 원수들을 심판대에 세우고 그간의 수치와 모욕을 갚아주실 거라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그들이 애타게 기다린 심판관은 정의롭고 권능에 가득 찬 분이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교의 심판관은 어떤 분이셨나요? 그분은 당신의 지상 여정 중에 빌라도의 법정에서 심판을 받으신 분, 십자가 위에서 암흑과 같은 고난을 당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런 심판관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심판이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가 아닌, 새로운 심판의 기준이 세워질 것만 같습니다.

 

그리스도의 심판 기준은 마태오복음 25장 31-46절에서 여과 없이 드러납니다. 그분은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 사람들을 가르겠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자신이 굶주리고 헐벗고 병들었을 때 돌보아 준 사람은 양으로 분류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장소로 가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염소로 분류되어 영원한 벌을 받는 장소로 가게 된다고 말이지요. 그렇게 그분은 가난한 사람과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셨고, 궁핍한 자들에게 했던 모든 행위를 심판의 기준으로 삼으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그분의 심판 기준은 우리가 저지른 과오와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장 작은 이들에게 한 것’이 심판의 기준입니다. 이를 통해 심판은 법령과 규정을 통한 최종 결과가 아니라 현재의 활동으로 이어지는 창조적인 행위로 전환됩니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17) 그리스도의 심판은 보상이나 형벌, 단순한 판결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 심판 덕분에 인간의 행동은 새로운 의미를 입게 되었으니까요. 하느님은 우리를 결코 심판으로 끝내지 않으시며 심판으로 매 순간 우리가 행동하며 살도록 초대하십니다. 이 거룩한 초대에 응답하며 그분의 오심과 심판을 기쁘게 기다리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2024년 12월 15일(다해)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서울주보 5면, 전인걸 요한보스코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